구직자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스펙' 강화다. 자격증을 따거나,따로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취업을 위한 훈련을 하고 싶어도 금전적 부담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취업정보업체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학생 5명 중 3명은 현재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연간 취업 사교육비가 1인당 평균 252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을 잡기 위해 만만찮은 돈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취업 '사교육'이 부담스럽다면 '공교육'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정부나 각종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취업프로그램 얘기다. 이들 취업프로그램은 일단 무료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풍부한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 프로그램,면접 및 메이크업 훈련 등 취업 지원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계좌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도로 정부에서 200만원까지 지원을 해줘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 직업능력개발계좌제로 평소 관심있는 분야에서 스펙을 쌓아보자.

◆직업교육비 · 식대 · 차비까지 지원

직업능력개발계좌제란 구직자가 직업훈련을 받고자하는 경우 구직자에게 직접 200만원의 훈련비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구직자가 스스로 훈련기관과 훈련과정을 골라 필요한 시기에 훈련받게 하는 제도다. 자신의 거주지역과 가까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접수하며 구직 등록과 훈련 상담을 거쳐 계좌를 받을 수 있다.

대졸자들은 물론 전 학기를 마치고 졸업을 앞둔 사람들도 졸업예정증명서만 갖추면 신청할 수 있다. 훈련기간 동안 교통비(월 5만원)와 식비(월 6만원)까지 지급해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훈련 비용의 20%에 대해서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신중한 훈련 선택과 성실한 훈련 수강을 위한 취지"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계좌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발급돼 신청자 주소지로 배송된다. 구직자는 훈련기관을 찾아가 훈련과정을 신청한 후 이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계좌를 통해 지원되는 200만원은 계좌발급일로부터 1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계좌발급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지원된 200만원 중 사용하지 않은 잔액이 남아 있더라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직업능력개발계좌제는 지난해 대구와 광주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올 3월부터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훈련과정이 다양하다보니 신청자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7월말까지 6만1022명이 계좌를 발급받았고 이중 3만9687명은 이미 교육을 받고 있다.

과거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무료 직업훈련은 과정이 단조로운데다 노동부가 훈련생들을 배정하는 방식이어서 위탁 교육기관들도 무성의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직업능력개발계좌제는 구직자들이 직접 교육기관을 택하고 결제를 하기 때문에 교육기관들의 강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노동부가 최근 조사한 훈련생의 만족도는 기존 직업훈련 당시 3.96(5점 척도)에서 계좌제 시행 이후 4.12로 올라갔다.

◆어떤 훈련들 있나

직업능력개발계좌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훈련은 4809개 과정에 달한다. 대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과정은 정보통신 분야다. 웹디자인,CAD 실무,전산회계,쇼핑몰 관리자,애니매이션 과정 등 다양하다. 강의 과정도 세분화돼 있어 희망 분야에 따라 택할 수 있다. 가령 웹디자인의 경우 학원이나 교육기관별로 멀티미디어웹디자인,웹&영상디자인,쇼핑몰웹디자인 등으로 나뉜다. 사무관리 분야에서는 전산세계회무,외환실무,오피스프로그램 활용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나 파티쉐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조리사 과정의 경우 제빵,제과 등은 물론 한식,양식,세계전통요리,복어요리 등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키워낸다. 패션디자인,미용 등의 분야도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다.

교육과정이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어학과정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어학의 경우 해당 분야 취업보다는 대기업 취업이나 교양쌓기 등을 위한 수요가 많다는 점 때문에 개설되지 않았다. 200만원 한도내에서 들을 수 있으므로 복수의 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가령 50만원짜리 과정 4개를 신청할 수도 있다. 200만원을 초과할 경우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쇼핑몰 구축,비파괴 검사 등 인기

현재 직업증력개발계좌제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은 전국 1314곳이다. 젊은 층들에게 주로 인기있는 교육기관은 삼성SDS멀티캠퍼스,비트교육센터,글로벌산업기술교육원,중앙정보처리학원,경원직업전문학교,현대직업전문학교 등이 있다. 삼성SDS멀티캠퍼스는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과정이 160만원,프로젝트 관리자 양성과정이 70만원이다. 현대직업전문학교는 쇼핑몰구축(250만원) 과정과 실내인테리어모델링(250만원) 과정 등이 있다.

교육기관의 특정 교육과정이 인기가 높은 경우도 많다. 비파괴검사,실내건축디자인,웨딩플래너,고급바리스타과정,게임개발전문가과정,주얼리디자인과정,영상편집(프리미어),외식경영 과정 등이다. 비파괴검사의 경우 서울에서는 아세아직업전문학교 등이 위탁을 받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취업률이 높은데다 연봉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신청 1순위로 꼽힌다.

한경아카데미는 외식경영전문가 과정,취업생과 창업자들을 위한 유통경영 전문가 양성과정 등을 운영중이다. 고급바리스타과정은 경기도 성남의 교육기관인 르보아가 실시중이다. 주얼리디자인은 인천의 인천보석전문학원이 과정을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영상편집은 광주 국제직업전문학교,색책훈련기반 컴퓨터그래픽 디자인은 부산 노라노디자인아카데미,게임개발자전문가과정은 서울의 동양비원컴,3D맥스고급과정은 경기도 부천의 홍시디자인학원 등이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