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CJ오쇼핑에서 판매하는 기능성 화장품 '테라피,식물나라'(사진)를 두고하는 얘기다. 1990년대 마트용 화장품으로 히트를 쳤던 '추억의 브랜드'가 홈쇼핑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식물나라'는 1994년 CJ제일제당이 선보인 국내 최초의 마트용 화장품.화장품 전문점이 아닌 마트나 슈퍼마켓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비누나 세제를 사듯이 화장품도 마트에서 살 수 있게 한 것이어서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화장품은 꼭 비싸야 좋다는 생각,전 바꿨어요. 피부 필수품"이란 광고카피로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지금이야 화장품 브랜드들이 저마다 '자연주의'를 내세우지만 당시만 해도 순한 식물성 성분을 사용한 친환경 이미지를 내건 데다 가격도 저렴해 연간 300억~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이어 비누 · 샴푸 · 린스 · 보디클렌저 등 생활용품까지 출시됐다.

그러나 CJ제일제당에서 분리된 화장품업체 엔프라니가 2002년 한국주철관으로 넘어가면서 '식물나라' 화장품은 자취를 감췄다. 생활용품의 상표권은 CJ라이온이 가져가 계속 이어왔지만 화장품 상표권을 가진 엔프라니는 다른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후 7년이 지난 지난달에야 식물나라는 홈쇼핑 화장품으로 컴백했다. 여기에는 이해선 CJ오쇼핑 대표와의 인연이 숨어 있다. 이 대표가 CJ제일제당의 마케팅팀 부장이던 시절 식물나라를 론칭했던 주역이었던 것.CJ오쇼핑이 기능성 기초 화장품을 기획하던 중 이 대표가 애착을 갖고 있던 '식물나라'를 적극 밀었다는 후문이다.

때마침 엔프라니가 색조 화장품 '셉(SEP)'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터라 CJ오쇼핑은 이례적으로 엔프라니 측에 공동 상품기획을 적극 제안했다. CJ오쇼핑이 납품업체에 제품 기획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테라피,식물나라'로 재탄생했다. 7년의 공백기간에도 소비자들의 91%가 식물나라를 인지하고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워낙 2만원 미만의 저가 이미지가 강해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우선 여름철 가장 고민인 모공과 피부 탄력을 관리하는 '기능성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기존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는 유지하되 수면 피지팩,소다 딥 클렌징 등 홈쇼핑 방송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은 것.브랜드의 옛 유명세에만 의존한 게 아니라 당시 주요 고객들이 나이를 먹은 만큼 그들이 원하는 기능성을 보강한 것이다. 실제로 주문 고객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30대 중반이어서 20대 때 식물나라 화장품을 써본 사람들로 추정하고 있다. 그 결과,CJ오쇼핑은 3회 판매 방송에서 준비한 3500세트를 모두 팔아치우며 8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경연 CJ오쇼핑 상품기획팀장은 "시즌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온리 원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력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 불황기 브랜드 재활성화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