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석방' 교섭 주력..남북관계 개선 물꼬 틀 듯
리종혁 아태평화委 부위원장, 개성서 영접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방북 길에 올라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현 회장은 북한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북한 당국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인 유모씨의 석방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사망 사건으로 작년 7월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현 회장은 오후 2시10분께 개성에 있는 북한 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리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잠깐 인사를 나눈 뒤 오후 2시25분께 리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승용차 편으로 평양으로 향했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에는 맏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현대아산의 계약지원 담당 실무급 부장 1명이 대동했고, 이들은 2박3일간 평양에 체류하며 북측 인사들과 유씨의 석방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그간 유씨 석방 문제를 둘러싼 남북간 물밑 협의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한 최종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이르면 11일 유씨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유씨는 지난 3월30일 체제 비난과 여종업원에 대한 탈북 책동 등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 134일째 외부인 접견을 하지 못한 채 억류돼 있다.

특히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측통들은 면담이 성사된다면 시기는 방북 이틀째인 11일 오후 또는 귀환 예정일인 12일 오전일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유씨 억류 사태에 대한 해법과 함께 남북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받아오면 경색된 남북 당국 간의 대화 채널이 되살아나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현 회장은 정지이 전무와 2005년 7월16일 원산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나 대북 사업을 논의했고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을 때와 같은 달 30일 원산에서 백두산관광에 대해 합의할 때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전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리종혁 부위원장을 만나 유씨 석방 문제 등 당면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자신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고 이에 북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뒤 초청장을 보냄으로써 방북이 성사됐다.

현대그룹은 9일 밤늦게 현 회장의 방북 승인을 통일부에 요청했다.

현 회장의 이번 평양 방문은 작년 2월 뉴욕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참석 후 1년6개월 만이고 통산 7번째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8시18분께 현 회장 일행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에 따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서울.파주연합뉴스) 이동경 조준형 기자 hopema@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