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불법 점거 농성의 최종 거점으로 삼았던 평택 도장2공장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7일 경찰을 따라 공장 내부를 지날 때마다 쓰레기,창유리 파편,볼트 등이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었고 페인트와 오물 냄새가 뒤섞여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서자 충격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40㎡ 정도 크기의 공간에 만들다 만 다연발 사제총과 표창 등 갖가지 사제 무기들이 가득했다. 옥상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가자 이번엔 무기보관창고가 나왔다. 1500여개의 화염병과 다양한 형태의 볼트총,석궁,시너통,일회용 부탄가스 등이 있었다. 자동차에 페인트를 입히는 도장공장이 불법무기를 제조하는 공장으로 뒤바뀌어 있었던 것.


◆거대한 무기공장…7000여점 수거

경찰은 이날 "도장2공장 등을 수색해 쌍용차 평택공장 내부에서 총 7825점의 무기 및 시위용품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거한 불법 무기 중에는 원통형 쇠파이프에 연결된 부탄가스를 가열,폭발시키는 추진력을 이용해 볼트 너트 쇠구슬 등 수십개를 동시에 발사하는 무기인 쇠뇌 박격포(일명 다연발 사제총) 8정이 포함됐다. 화염방사기 2정,볼트총 69정,화염병 1539개 등도 수거했다.

공장 내부는 곳곳에 불길로 검게 그을인 건물과 불에 탄 차량들이 있었고,노조원들이 장애물로 설치한 철제 구조물도 아직 치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노조원과 경찰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탓에 돌 볼트 너트 등이 나뒹굴었다.

도장1공장 옆에 있는 6층짜리 조립식 건물인 자재하치장은 지난 5일 노조원들이 퇴각하면서 던진 화염병으로 완전히 불타버렸다. 회사 측은 뼈대만 남기고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청소작업을 하던 직원은 "어떻게 자신들이 근무했던 건물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조업 준비 본격화

이날 평택공장 안팎은 조업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에 분주했다. 휴업 중인 신차 라인 생산직을 제외한 평택공장 전 직원 2200여명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청소 작업을 벌이는 한편,경찰이 채증 작업을 벌인 도장2공장과 부품도장공장을 제외한 조립3 · 4공장,도장1공장 등에 들어가 시설물과 장비를 점검했다.

그동안 일손을 놓고 있던 협력업체와 영업소 관계자들도 이날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협력업체들은 이날 오전 쌍용차 공장 안에 들어가 자사가 납품했던 부품 등의 손실 정도를 파악했다. 부품업체 모임인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협력업체들이 납품했던 부품의 직접적인 피해액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상열/서보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