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나라살림을 짜기 위한 재정운용전략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어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과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국회예결위원장 등이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일단 내년 예산은 서민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면서 4대강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확보,재정건전성 유지에 역점을 둔다는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사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앞으로 재정운용전략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의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때임에 틀림없다. 우선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는 데다,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급격한 재정지출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어서 과연 내년 재정운용을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재정적자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총 366조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의 6배,10년 전의 4배 수준에 달하고,국민총생산(GDP) 대비 35.6%로 높아졌다는 게 정부 통계다. 물론 이러한 재정적자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GDP 대비 82%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면한 경제상황이 충분히 반영된 내년 재정정책 운용의 좌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아직도 경기회복이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긴축적 재정정책은 안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견해다. 윤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 기조(基調) 강연에서 "경기회복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경기지표나 산업활동 동향 등에서 미미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고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경기회복에 대비한 선제적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결국 재정건전성도 회복해야 하고 경기회복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에서 내년 재정운용전략은 어느 때보다 정교한 설계가 절실하다. 정부와 여당은 이점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고 재정운용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