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부동산 투자도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로 거래 자체가 사라진 지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미국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왔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개발회사들이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업지를 잡아 놓고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돌아온 미국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를 문의하는 수요자들이 지난달부터 부쩍 늘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를 조성해 '벌크 딜(Bulk Deal · 일정 지역의 주택 여러 채를 통째로 사는 것)'을 추진하기도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직 미국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보니 거래도 미국 은행의 차압매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경매에서 부동산이 한번 유찰되면 다시 경매로 넘기지 않고 채권자가 차압해 보유하는데 은행 등 주요 채권자를 통해 이를 매입할 경우 시세보다 싸게 주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 정보업체 루티즈코리아의 홍은희 팀장은 "최근 차압매물 등 급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으며 입지가 괜찮은 곳의 좋은 주택들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다"면서 "미국 부동산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집값이 오르기 전에 사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집값의 50% 정도는 대출로 충당하고 2억~3억원 정도의 자금을 이용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계약을 하고 잔금을 지급하기까지 1~2개월 걸리는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향후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팀장은 "지금 계약을 걸어놓으면 잔금을 지급하는 두 달 후에는 원화 가치가 상승해 실제 투자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투자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분양 탄력받는 동남아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시행사의 활동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에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지방에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작전이다. 필리핀의 경우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단독주택 건물의 소유권은 넘겨주더라도 땅은 임대로만 제공했으나 땅도 소유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라 사업추진이 용이한 편이다.

최희환 부동산마트 사장은 "택지지구의 일부를 한국 업체에 개방하는 등 사업 추진이 쉬워진 데다 은퇴이민 등 국내 수요도 많다보니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많다"면서 "개인의 경우 700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수요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어느 정도 개발이 끝난 업체를 중심으로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주요 지역에서 분양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반면 해외부동산 투자의 중요한 축을 이뤘던 중국 투자는 여전히 침체된 모습이다. 부동산 과열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적 규제를 여러 건 신설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외국인은 1년 이상 거주해야 중국에서 주택 매입이 가능한 데다 5년간 전매가 제한된다"면서 "양도세율도 크게 올라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수요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