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우량기업 경영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아주 정통하다'는 평이 그것이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무엇을 싫어하며 왜 그런지에 대해서 잘 안다는 뜻이다.

혁신적인 경영자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그러니까 무엇보다 먼저 고객전문가가 돼야 한다. 글로벌&인터넷 시대에 고객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그러나 이전 방식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객을 연구하는 행태를 보자. 30대 여성을 위한 휴대폰을 만든다면 일정한 수의 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 등 조사작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런 조사로 얻을 수 있는 건 누구에게나 맞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애매한 평균일 뿐이다.

전략경영 구루로 꼽히는 C K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N=1의 원칙'을 강조한다. "아무리 소비자의 수(number)가 많아도 기업은 이제 1명의 고유한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소비자를 위한 고유한 가치를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창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30대 여성을 위한 휴대폰을 만들려면 가까이 있는 30대 여성 한 사람만을 관찰하라.벨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잡기 불편해 떨어뜨리지는 않는지,휴대폰을 활용해 가장 많이 하는 건 통화인지 아니면 문자인지….이런 걸 자세히 보고 오직 '그녀'만을 위한 휴대폰을 만드는 것이다. 기본 기기를 팔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골라 얹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상품'은 예전엔 팔리기 어려웠다. 글로벌&인터넷 시대에는 오히려 잘 팔릴 수 있다. 금방 전파되고 세계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명만 연구하면 된다니 고객 전문가 되기가 훨씬 쉬워졌다. 호기심 어린 관심이 없는 이에겐 이 길이 절대 보이지 않겠지만.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