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말에는 입학사정관을 통해 100% 대학입학 전형을 하는 방안을 교육개혁 드라이브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물론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비롯한 담당 관료들이 이에 대한 해명을 한 바 있지만,이 방침을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지방의 기숙형 고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하며 면접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초 · 중등학교 교과목을 기본 10개에서 7개로 축소한다고 발표해 해당 교과목 교사와 관련 단체의 심한 저항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을 보면 대학의 다양한 전형방식 존중, 강력한 사교육 대책 강구, 그리고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강화한 조치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취임 후 지금까지 추진된 교육정책도 그러하지만, 위의 정책들은 애초 대통령이 대선 당시에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공약인 '자율'과 '경쟁'의 원칙과는 무관한 정책들이다. 그 결과 '자율'과 '경쟁'의 진정성이 찾을 수 없어서 '짝퉁' 자율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실행하려면, 위의 조치들은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한다. 우선 입학사정관의 존치에서부터 입학사정관이 어떠한 준거로 학생을 선발하고, 그들의 평가를 다른 평가 자료와 함께 어떤 비율로 결정할지 대학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일임해야 한다.

초 · 중등학교의 교과목 축소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 문제를 국가나 교육당국, 아니면 대통령 자문지구가 정할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의 재량에 전적으로 일임해야 한다. 단위학교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교육프로그램을 보고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장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고 다양한 학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국가 주도의 '개혁'은 항상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항상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말 그대로 다양한 학교의 교육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학생과 학부모가 행사할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과연 먹히겠는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사용하고, 소 잡는데 닭 잡는 칼 사용한다. " 항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빗대어 나도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국민들이 정권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깊이 새겨 보라고 주는 귀중한 교훈이다.

전자는 그냥 일절 간섭이 없는 '디폴트 스테이트(default state)'로 남겨야 할 문제에 정권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은연중에 권력행사를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자율과 경쟁을 존중하겠다는 교육정책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후자는 국가 중대사에 솜방망이를 휘두르듯 한다는 점을 빗댄 것이다. 굵직한 대선 공약인 민영화, 구조조정 문제에서 최근의 미디어법 문제, 노사갈등 문제들은 원리 · 원칙에 입각해 집행하고, 적법한 경우 권력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제 때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엇박자 난 상황에서 두 가지 패러독스를 새겨야 한다. 하나는 '규제의 패러독스'이다. 정부의 규제는 국가안위의 상황이나 기존의 부당한 규제를 풀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정시켜야 한다. 다른 하나는 '관용의 패러독스'이다. 엉뚱한 곳에 지나친 관용을 베풀면 국가권력의 신뢰가 추락해 정작 관용조차 베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