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게임으로 비교하자면 혁명은 홈런 한방이다. 개혁은 단타와 중거리타,히트앤드런 등으로 인내심 있게 점수를 내는 것과 같다. 어렵사리 만루 찬스를 잡더라도 병살타가 나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도하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은 개혁이 얼마나 간단치 않은지를 보여주는 게임이다. 미국은 전체인구 중 약 15%인 4700만명이 의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오바마의 개혁은 이들에게 의보혜택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의보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3배나 빨랐다. 미국민들은 다른 선진국 국민에 비해 평균적으로 연간 6000달러의 보험비를 더 내지만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오바마가 주창하는 개혁의 당위성이다.

물론 당위성은 개혁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못 된다. 의회에서 개혁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미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돼 있어 절차상으로만 본다면 한국보다 법안 처리가 훨씬 복잡하다. 상원과 하원이 각자 독자안을 처리한 뒤 다시 절충해 최종안을 표결해야 한다. 하원의 의보 법안은 지난달 31일에서야 해당 상임위를 모두 통과했으며 9월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상원에서는 상임위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오는 7일까지 개혁법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오바마의 바람은 물건너 갔다.

관전자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은 의보개혁에 대한 미국 내 찬반 대립구조와 갈등 해소 여부다. 중국 정부가 잘 좀 관리하라고 충고한 재정적자가 걸림돌이다. 미 행정부는 의보개혁에 향후 10년간 1조달러가량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상위 1~2%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 의회예산국(CBO)은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해도 2390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분석했다. 증세와 재정적자에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내는 공화당과 민주당 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둘러싼 이념 공방전도 점입가경이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민간 위주의 의보가 비용을 증가시키고 의료질을 떨어뜨렸다면서 일부 공공의보를 도입,보완하는 안을 내놨다. 민간과 공공의보 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환자 측이 병원 측과 협상해 의료비를 대폭 깎을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병원 측이 의료비를 과다청구해 의보비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보수진영은 사회주의를 들먹이며 정부가 민간에 왜 자꾸 개입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CATO는 정부가 환자들로부터 의사와 보험사를 선택하는 자유를 강탈하지 말라는 홍보전에 나섰다. 현재 미국 병원은 환자가 보험증을 내밀어도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자유가,환자들은 보험증을 받아주는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의보개혁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시도했다가 각계 반발에 부딪쳐 좌초된 개혁이었다. 그런 의보개혁이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초당정치를 비롯한 '담대한 희망'에 상처를 입고,친정인 민주당은 내년 의회 중간선거에서 패배로 내몰릴 수 있다. 오바마가 1,2,3루를 돌아 홈까지 밟을 수 있을지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