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팎 호재 즐비
외환당국 속조조절이 관건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31일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운데 이어 8월 첫 거래일인 3일에도 추가하락하면서 연저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달러화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국내외 증시 상승과 국내 무역수지 개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매수 등 원달러 환율 하락 호재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언제쯤 1100원대로 진입할 지를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연중최저치 경신 눈앞
지난달 31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약세와 국내외 증시 상승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며 1210원선 진입을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시 15분 현재 지난달 31일보다 5.7원이 하락한 1222.8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14일 기록한 120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환율이 이대로 마감된다면 지난달 31일 8주만에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1228.5원을 하루만에 다시 갈아치우게 된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속 미국 달러화 약세로 하락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다우증시가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달러화는 2분기 GDP(국민총생산) 예상치 상회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변 연구원은 이어 "7월 무역수지가 51억 4000만달러를 기록, 예상치를 상회하며 외환시장의 하락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변 연구원은 "급락한 역외환율을 반영, 갭다운 출발이 예상되나 개입경계감 속 조심스런 추가 하락시도가 예상된다"며 이날 환율 변동 예상범위로 1215~1230원을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진입하나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환율 전망 관련 외환시장 지표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과 펀드매니저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지난 7월 중 투기거래자들의 통화선물거래는 달러 약세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와 엔화 선물에 대한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선호도는 전달과 마찬가지로 저조하다"며 "해외 IB 전망에서도 6월 대비 달러 약세 관련 시각이 소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또 메릴린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중 펀드매니저들의 달러 약세 기대감은 전월 대비 증가하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글로벌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가는 것도 원달러 환율 1100원 진입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말 기준 13일 연속 총 5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대외여건이나 달러 수급상황이 호전된 점도 환율하락을 부채질한다. 다만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여전해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환당국, 환율 하락 속도 조절 나서나
환율이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외환딜러들은 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격한 환율 하락을 원치 않는 외환당국이 적정 수준에서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중은행 딜러의 전언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 안팎의 호·악재나 수급 측면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외에는 반등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1200원선을 놓고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시장에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3일은 물론 환율 추가하락 나올 경우 당국의 개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은 1345원이었고 올 하반기 환율은 이보다 200원 정도 떨어진 1145원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달러화 약세, 무역수지 흑자, 국내외 증시 상승,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 등 환율 하락 재료가 많지만 정부가 어떤 포지션을 정하는가에 따라 1100원진입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