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구축 등 정부 지원 여부가 관건"

닛산자동차가 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전기모터로만 운행하는 전기자동차를 대량 양산키로 하고 2012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 본격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는 최근 국내에서 판매가 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진화한 차량인 만큼 정부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닛산자동차는 2일 일본 요코하마에 새로 건립된 글로벌 본사 건물에서 내년부터 본격 양산하는 전기차 `리프(LEAF)'를 처음 공개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은 "우리는 (전기차가 공개된) 오늘을 현실로 만들려고 지치지 않고 노력해 왔다"며 "연료를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쓰지 않는 차량을 내놓은 것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는 연간 5만대 규모로 생산돼 내년에 일본과 미국, 일부 유럽 시장에 우선 판매되며 닛산자동차는 2012년에 이 모델의 판매 범위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출시가 검토되고 있는 지역에는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으며 국내 정부가 충전소 건립이나 세금감면 등 전기차를 판매ㆍ운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책을 언제, 어느 수준에서 마련하느냐에 따라 출시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시유키 시가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기차를 해외에 출시하는 데에는 해당 국가의 전기차 지원책이 어떤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한국 정부도 하이브리드 모델 등 친환경 차량에 관심이 높은 만큼 전기차 판매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닛산자동차가 공개한 리프는 4∼5인이 탈 수 있는 중소형차 크기의 차체에 용량 24㎾의 얇은 판 모양의 리튬이온 배터리, 전력량이 80㎾이고 280Nm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탑재된 전륜구동 차량이다.

전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정용 200V 전압으로 완전히 충전하기까지 8시간이 걸리며 급속 충전기를 쓰면 30분 만에 최대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1회 완전 충전으로 160㎞를 달릴 수 있고 최고속도가 시속 140㎞를 넘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1초이다.

모터를 제어하는 고유 기술을 적용해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존 엔진 차량보다 가속에 붙는 정도가 빠르며 주행시 엔진 소음이 없다.

또, 배터리 몸체가 트렁크 부위가 아닌 차량 밑바닥에 얇고 넓게 깔렸기 때문에 뒷좌석 공간에 여유가 있으며 차량 운행이 IT 시스템의 지원을 받는 점도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IT 시스템은 현재의 충전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는 범위와 가까운 충전소 위치 등을 내비게이션에 표시해주고 전기 플러그를 꽂은 상태에서 미리 설정하면 배터리를 소모하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충전되도록 미리 시간을 정해놓을 수 있고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갖췄다.

영어로 나뭇잎(leaf)을 뜻하는 차명 리프는 나뭇잎이 자연 속의 공기를 정화하는 것처럼 탄소 배출이 없는 자동차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닛산자동차의 설명이다.

리프의 가격은 2010년 출시 시점에 확정되겠지만 사양을 제대로 갖춘 중소형 내지 준중형 차량의 가격 안의 범위에서 정해질 예정이어서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했다.

이 회사는 이날 기존 엔진 차량에 탑재할 새로운 연료 분사 방식과 차세대 무단변속기 기술도 공개했다.

엔진 실린더에 하나의 연료분사기를 쓰지 않고 두 개의 분사기를 사용해 불연소되는 연료의 양을 감소하는 `듀얼 인젝터' 시스템은 연비 효율성을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4%가량 개선해준다고 닛산자동차는 강조했다.

차세대 무단변속기는 기존 무단변속기에 보조 변속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변속비가 7단 자동변속기보다 더 높아져 연료 효율이 향상됐으며 일반 무단변속기보다 길이가 10%, 무게가 13% 줄어드는 등 부품 자체는 가벼워진 점이 특징이다.

닛산자동차는 이 같은 신기술을 2010년부터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