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관련 대기업에서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박모 과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은행에서 통장 정리를 하는 게 주업무였다. 전국의 영업사원과 대리점에서 현금 신용카드 등으로 판매된 대금을 입금받아 이를 직접 손으로 기록한 뒤 통장 잔액과 장부 숫자를 일일이 맞춰야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국민은행의 맞춤형 기업자금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 업무처리 시간과 비용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박 과장은 "자금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 세 명을 최근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며 "올 한 해 500억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기업들에 제공하는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 · Cash Management Service)이 뜨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이 증권사 투신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 계좌를 보려면 일일이 인터넷뱅킹에 접속해야 했지만 CMS 도입 이후부터는 모든 금융회사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어 자금관리 비용과 인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에 CMS를 팔아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한편 수신이나 대출 신용카드 퇴직연금 임직원거래 등으로 영업을 확장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2004년 매출 500억원 이상 대기업을 겨냥해 '사이버 브랜치'라는 이름의 CMS를 개발,지난 6월 말까지 현대백화점 르노삼성자동차 SK케미칼 등 모두 1724개 기업에 공급했다. 또 종업원 20명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CFO'와 소호(SOHO)전용 'KB sERP',일반 법인고객용 '프리미엄뱅킹'도 함께 출시해 각각 2610개,5535개,1만8600개 기업을 유치했다. 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지난해 1079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577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2만6000여개 기업에 기업별로 특화된 맞춤형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특허청으로부터 해외현지 법인 및 지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과 수출입 기업들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CMS 보상이자 지급시스템'의 특허를 22일 취득했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자금관리서비스인 '캐시원'을 비롯해 업종별로 9개의 CMS 모델을 제시,국민건강보험공단 MBC 등 2만3792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우리은행은 기업 규모와 특성에 맞는 '윈 CMS'를 6만2400여개 기업에 공급했다. 하반기에는 전자어음과 전자세금계산서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추가 개발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집중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맞춤형 CMS인 'BiCNET'과 범용 CMS인 '캐시링커',중소기업 전용 '하나 sERP'를 출시해 1만867개 기업을 끌어들였다. 하나은행은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른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고 단순한 자금관리를 넘어 기업의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CMS 영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동균/유창재/유승호 기자 kdg@hankyung.com

◆기업자금관리시스템(CMS · Cash Management Service)은 기업의 자체 시스템과 은행의 전산망을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입금 급여이체 물품결제 자금관리 등 기업의 다양한 금융거래를 실시간 처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업 시스템 내에서 모든 금융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 속의 은행(Bank in Company Network)'또는 은행이 기업 안에 있는 '사이버 은행지점'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