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09 하노버 산업 박람회'에 방문한 데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3대 건설기계 전시회인 '인터마트(INTERMAT) 2009'에 참석해 기계,플랜트 분야의 최신 흐름을 익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불황이라고 해서 움츠리고만 있으면 고객은 우리를 잊고 떠난다"며 "평소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경기 회복 시에 고객이 두산을 먼저 찾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두산이 공격경영을 준비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두산은 최근 체코의 터빈 제조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코다 파워(Skoda Power)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설비 분야의 일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서다. 올초부터 스코다 파워와 인수 협상을 진행,유럽 현지 금융권으로부터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끌어오는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은 스코다 파워 인수 계약을 오는 8월께 맺을 예정이다. 이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세계 발전부문 시장에서 미국 GE,독일 지멘스,스웨덴 ABB 등에 이어 4위로 올라선다. 스코다 파워는 보일러에서 나오는 증기를 회전력으로 바꾸는 터빈의 설계 및 제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은 그동안 발전부문에서 약점으로 지적돼 온 터빈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유럽 발전시장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은 당초 상반기 내에 스코다 파워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문제로 잠시 작업속도를 늦췄다. 5월 말에야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기업에서 제외됐고,지난달 초에는 그룹 구조조정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완벽하게 자신감을 회복했다.

두산은 스코다 파워 인수 협상을 마무리한 이후 추가적인 M&A(인수 · 합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A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2~3개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해 다각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이 이처럼 다시 해외 기업 M&A에 시동을 건 것은 바로 2007년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회사 밥캣에 대한 유동성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달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두산DST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유동성 해소 방안을 내놨다.

두산은 공격적인 해외 기업 M&A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 사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 분야에서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발전은 최근 고유가 현상에 대비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3㎿급 육 · 해상 풍력발전시스템인 'WinDS 3000TM(모델명)'도 내년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