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올해 초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 SK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강력한 생존경영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줄이고,무조건 안 한다'는 식의 기계적인 생존경영은 아니었다. 고통은 분담하되 본원적 경쟁력은 확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전략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서바이벌 플랜(단기경영계획)'을 수립,어떠한 외부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SK는 미래 핵심 경쟁력은 연구개발(R&D)과 인재확보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되레 늘렸다. 올해 R&D 규모를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려 사상 최대인 1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SK는 녹색기술,정보통신기술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2012년까지 R&D 분야에만 총 5조7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인재 확보도 SK가 신경 쓰는 분야다. SK는 직원이나 종업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한 사람,한 사람이 SK를 구성한다고 해서 '구성원'이라는 용어를 쓸 뿐이다. 구성원은 SK의 사람 자산(human capital)이라는 경영진의 시각에서 비롯된 개념.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5% 늘린 1000명을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 상생인턴 및 경력사원 채용 규모를 감안하면 올해 일자리 창출 규모는 30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기존 직원들도 구조조정이 아닌,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부터 솔선수범 차원에서 연봉의 10~20%에 이르는 성과급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다.

권오용 SK브랜드관리부문장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구조조정보다는 '한마음 한 뜻'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고용안정의 기반 위에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는 SK식 생존경영이 위기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중소 협력업체 지원과 육성,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발전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통분담은 상생의 영역으로까지 미치고 있다. SK는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각각 600억원의 기금을 출연,경제위기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했다. SK와 기업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자금을 지원해주는 한편 최고 2.34%의 이자율을 인하하는 등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SK 임직원들이 급여를 반납해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중소 협력업체에 1800여명의 '상생 인턴'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위기극복 프로그램의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의 경우 올해 1분기 전체 내수 판매액은 3조42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지만 수출 물량은 크게 늘었다. 수출 물량은 전년동기 대비 48.3% 증가한 3278만5000배럴에 달하는 등 1분기 사상 최고인 4조6806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SK의 하반기 돌파전략은 크게 '녹색성장'과 '자원개발'로 모아진다.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는 SK에너지를 필두로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바이오연료 △태양전지 △그린카 △차세대 인터넷 정보통신기술 △신약개발 △LCD용 부품소재 개발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정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무공해 석탄에너지 기술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키는 새로운 공정기술로, 값싼 저급석탄을 원료로 수송연료 및 전기,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해양 바이오연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및 수소 스테이션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 나가가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페루,브라질 등 남미 지역을 비롯해 동남아,중앙아시아 지역 등의 핵심 자원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