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100년 역사에서 최초로 기업조직과 경영자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룬 인물은 체스터 버나드였다. 뉴저지 벨 전화회사 사장이었던 그는 조직을 '협력시스템'으로 정의했다. 개인은 조직에 공헌해야 하며,조직은 이런 개인의 공헌에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

버나드의 주장에 의하면 결국 조직은 구성원들의 공헌하려는 의지,공동의 목적,그리고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성립된다. 조직의 생명력은 협력시스템에 공헌하려는 개인들의 의지에 달려있고,이 의지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버나드가 강조한 경영자의 첫 번째 역할은 구성원들로부터 조직에 공헌하려는 협력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했다면,협력 의지야말로 조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지난 100년간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여왔고,특히 인간의 욕구와 동기에 대해 고민해왔다.

두 번째로 버나드는 구성원들의 협력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종업원들이 공감하는 조직의 목적을 강조했다. 협력 의지는 협력의 목적이 있을 때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기업활동에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버나드는 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중시했다. 조직에 참여한 구성원들 간 의사소통이 부족하면 공동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기 어렵고,협력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늘날 거대하고 복잡한 기업들이 저마다 관리계층을 축소하고 조직 단위를 작게 쪼개는 것도 결국 의사소통 부재라는 동맥경화를 극복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 활력을 유지하려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책의 출간은 경영학에서 조직분야의 태동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한 조직의 기본원리와 이에 따른 경영자의 역할은 무려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둘러보게 하는 고전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