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이콘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월터 크롱카이트 전(前) CBS 앵커의 사망 소식이 미국에선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뤄졌다. 언론인으로서 자국에서 추앙받는 건 물론 남의 나라에서까지 위대한 인물로 인구에 회자되는 셈이다.

크롱카이트는 대학 재학 중 지방지 아르바이트생으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1939년 UP(UPI 전신) 통신 기자로 2차 세계대전을 보도했다. 50년 CBS TV 기자로 입사,62년 저녁뉴스 앵커를 맡은 뒤 81년 은퇴할 때까지 19년 현역 생활 중 13년 동안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의 인기엔 월터 아저씨란 별명이 말해주듯 후덕하게 생긴 얼굴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중의 믿음과 사랑은 정직 · 성실 · 믿음 · 프로정신이라는 네 가지 덕목과 정확성 · 공정성 · 객관성 · 절제된 동정심을 특징으로 한 그의 보도 태도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실제 그는 "언론인의 윤리는 언제나 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에 주관이나 감정을 섞었던 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와 아폴로호의 달 착륙 때뿐이었다며 그마저 훗날 "당시 언론인답지 않게 흥분했다"고 자책했을 정도다.

그는 또 언론인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를 묻는 질문에 '첫째도 정확성,둘째도 정확성,셋째도 정확성'이라고 답했을 만큼 정확성을 중시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친 정치권의 영입제의를 거절하고 끝까지 언론인으로 남았다. '미국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찬사도 그런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신화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시각이나 잣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정확성은 그럴 수 없다. 허위 보도란 사실을 잘못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말의 앞뒤를 뚝 잘라 특정부분만 내보냄으로써 말한 사람의 의도와 달리 전달하는 것도 허위 보도다.

크롱카이트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린 데 기인한다는 점은 국내의 방송인은 물론 언론인 모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차제에 리처드 샐런트 전(前) CBS 회장의 말도 되새겨볼 만하다. '우리는 뉴스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뉴스를 보도할 뿐이다. 기자는 자기 관점에서 보도하지 않는다. 누구의 관점으로 보도해서도 안된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