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의 '극한 대립'으로 60일이 넘도록 파업이 계속되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차 사태'에 또 하나의 비극이 더해졌다.

쌍용자동차 금속노조와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부장 이모(34)씨의 부인 박모(29)씨가 20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자택 화장실에서 넥타이로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박 씨가 실려간 평택 굿모닝병원 측에 따르면 숨진 박 씨는 이날 12시 40분께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왔다. 심폐소생술 등 30여분간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박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으며 오후 1시 30분께 사망, 영안실로 옮겨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박 씨는 이날 정오께 화장실 커튼 봉에 넥타이 2개를 묶고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친정어머니 조모(50)씨는 박 씨의 자녀 2명(4살·생후 8개월)과 외출했다 돌아온 후 박 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현장에서 유서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박 씨가 복용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안산의 K대학병원에서 지난 8일 처방한 약봉지가 발견됨에 따라 이 병원을 상대로 박 씨의 병원 기록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씨도 박 씨가 둘째를 출산 후 산후 우울증 증세를 보여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1시께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이 씨가 오열하며 평택 본관공장을 뛰쳐나갔고, 이 과정에서 한 때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나 현재 병원에 도착해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 노조 측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긴급 성명서를 내고 박 씨는 노사분규 사태의 장기화로 고통스러워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면서 "회사 측에서 고인을 포함한 조합원 가족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사망 원인을 떠나서 회사 임직원들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면서 "회사 쪽에서 고인에게 협박을 하거나 회유한 일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 노조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쌍용차 사태'의 장기화로 이날까지 모두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조합원 2명이 심근 경색으로 사망했으며, 이달 2일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김모(33)씨가 자신의 승용차에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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