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취임 100여일만에 지구 한 바퀴(4만㎞) 반 이상을 돌았다.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오간 거리만 무려 7만5000㎞.지난 3월30일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출장 횟수만 21회(40여일)에 이른다. 비행시간은 120시간이 넘는다. 매일 1시간 이상을 비행기 안에서 보낸 셈이다.

박 회장의 현장경영은 지난 4월 경남 창원에서 시작됐다. 두산중공업 인프라코어 엔진 메카텍 모트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과 함께 창원 주단조공장을 시작으로 터빈공장,원자력공장 등을 둘러보고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동생 박용만 ㈜두산 회장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을 방문해 굴착기,산업차량,주물공장 등도 살펴봤다. 그는 "인천공장은 DICC(중국 옌타이),DIEU(벨기에),DMA(노르웨이) 등의 해외 공장에 역량을 전파하는 '마더 플랜트(mother plant)'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에는 전국 건설 현장을 누볐다. 전주~광양 도로,대전역 철도사옥,부산 해운대 위브더제니스,경남 신고리 원전 건설 현장 등을 찾아 두산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확인했다. 지난달 초에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두산기술원을 찾아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사갈 수 있는 두산만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회장의 현장경영은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수만㎞의 비행을 소화해냈다.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09 하노버 산업 박람회'를 방문한 데 이어 곧바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3대 건설기계 전시회인 '인터마트(INTERMAT) 2009'에 참석, 기계 · 플랜트 분야의 최신 흐름을 익혔다. 벨기에의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II) 유럽법인과 영국 런던에 있는 두산밥콕 등을 방문해 해외 법인간 시너지 효과도 강조했다. 5월에는 중국 옌타이 생산법인을 방문한 데 이어 베트남 쭝깟 산업단지에 있는 두산비나 준공식에 참석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이 소니를 미국 제품처럼 느끼게 만들었듯,두산 제품도 베트남 것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 하반기에도 국내외 현장에서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2007년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회사 밥캣을 방문해 본사와 현지공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다음달 미국 현지에서 밥캣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확인하고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진두지휘에 나설 방침"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현장경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