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환율의 움직임이 상당히 안정되었고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KOSPI가 1400포인트대 전후에서 등락이 거듭되고 있듯이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기업구조조정을 정부 공적자금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기업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경우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과 함께 유사시 즉각 투입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금 · 조세 · 보증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중요한 역할과는 달리 정부가 공적자금을 기업구조조정의 주요 자금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부담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민간자본 투입에 비해 구조조정의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민간 주도의 자발적 유인에 따라 이루어지고,여기에 적절한 정부 지원이 결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민간의 자발적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재무안정투자회사 ·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 도입 관련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을 전환하고 촉진하기 위해 도입되는 이 제도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새로운 투자회사는 민간 자본으로 조성되는 만큼 기존의 투자기구보다 훨씬 유연한 투자구조 설계가 가능하다.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수준 완화 및 민간 자본에 의한 구조조정 인프라를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다.

어떤 제도라도 처음 도입할 때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게 마련이다. 새 제도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때를 놓쳐 정책효과를 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 시장에서 민간자본의 역할을 제고하고,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새 제도를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빈기범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