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 신림4동에서 20년째 '전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만례(46)입니다. 점포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 5번 출구에서 봉림교를 건너 남부초등학교 방면으로 300m 떨어진 대로변에 있습니다. 33.3㎡(10평형)로 좌식 테이블 8개를 두고 보증금 1700만원에 월세 9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평소 가게가 비좁아 최근 바로 옆집 슈퍼가 매물로 나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조건으로 인수했습니다.

이 곳에서 20년 전 정육점을 운영하다가 정육식당으로 업종을 바꿔 영업해 왔습니다. 단골 고객들의 권유로 점심에는 식사,저녁에는 고깃집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점심 중심으로 식당을 운영 중입니다.

점심에는 김치찌개,제육볶음,생선구이 등 10여가지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녁 때는 술자리 손님을 위해 소갈비살,갈비찜,삼겹살 등 고기 중심의 메뉴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고객들의 주문으로 닭도리탕,토종옻닭 등으로 메뉴를 늘렸습니다. 현재 약간의 수익은 나지만 육체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정육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고기' 품질만큼은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치나 양념 등 대부분의 식자재도 전주에서 공급해오기 때문에 맛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 가게 확장을 계기로 두 점포를 터,메뉴도 정리하고 고깃집이나 정육식당 중심으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고기 육질이 좋고 음식이 맛있다고 장사가 잘 될지 의구심도 듭니다.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가게 옆에 곰장어 전문점이 있는데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장사가 잘되고 있습니다. 점포 시설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점심식사는 유지해야 할지 등 고민이 많습니다. 좋은 방안을 알려주십시오.



선술집 분위기 고깃집으로 젊은층 공략

A 의뢰인의 식당은 신림역 역세권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남부순환도로의 봉림교 주변에 밀집해 있는 곰장어,주꾸미 전문점들과도 300m가량 떨어져 상권이 단절돼 있습니다. 식당 반경 500m 이내 지역의 고깃집이나 갈빗집들은 2년 전 20곳에서 현재 56곳으로 급증했습니다. 다세대주택이 많아 인구밀도가 높은 만큼 음식점도 빠르게 늘어나 경쟁이 치열합니다. 20대 25%,30대 23%로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20년이 넘도록 한 곳에서 영업해 중장년층 단골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식당은 33.3㎡(10평)로 작지만 부부와 종업원 2명을 합쳐 총 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 매출은 약 30만원,저녁 매출은 10만~20만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말 영업이 부진해 월 매출액은 1200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출의 50%가 식재료비로 들어가고,종업원 인건비 290만원에 월세 90만원과 전기세 · 수도 · 가스 등을 합쳐 약 100만원이 듭니다. 부부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으며,육체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느끼는 상황이므로 업종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됩니다.

기존 식당과 최근 인수한 가게를 합친다면 정육식당이나 고깃집으로 업종을 전환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주변 상권에다 의뢰인의 정육점 운영 경험을 고려하면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다만 정육식당보다는 컨셉트가 있는 고깃집으로 변경할 것을 추천합니다. '고기를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질 좋은 고기와 신토불이 식자재를 사용하는 고깃집으로 업종을 전환하겠다는 단순한 발상으론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상호 △경영 철학 △식당 컨셉트 △인테리어 및 메뉴 △이색적으로 고기를 굽는 방식 △마케팅 등이 궁합을 이룰 때 젊은층의 수요를 끌어들여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의뢰인은 전주 출신인 데다 상호로 '전주식당'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새 상호로는 식사와 갈비 중심의 '전주회관',막걸리와 퓨전안주 중심의 '전주잔칫날',정육식당을 연상케 하는 '전주푸줏간' 등을 추천합니다. 넉넉한 인심과 신뢰할 만한 식자재를 표현하는 짧은 슬로건을 간판에 삽입한다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식당 건물이 오래된 단독주택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도 깔끔한 분위기로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20~30대를 끌어들이려면 원형 테이블을 설치하고 선술집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장년층 고객이나 단체손님보다는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오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대표 메뉴로는 고추장 양념구이,초벌구이식 양념갈비,석쇠구이나 전주 음식의 특색을 살린 떡갈비 등이 무난합니다. 매장 내 야채 냉장고를 설치해 재료의 신선함을 부각시키고 저울로 고기 무게를 정확히 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신뢰성을 강조하면 좋습니다. 굽는 방식으로는 참숯불구이나 열탄구이,연탄구이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점심 영업은 돌솥비빔밥과 전주식 콩나물국밥을 포함한 5가지 미만의 차별화된 메뉴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주방이 노출되는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 주방이 깔끔하게 보이도록 시설을 개선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경영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면 본인 부담으로 10만원을 들여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www.sosang.kr)에서 지원하는 자영업 심화컨설팅 제도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 상권 확대경
싱글족·신혼부부 많이 사는 주택가

서울 신림동 관천로 주변은 주거 안정성이 낮은 지역이다. '전주식당'의 1차 상권에 해당하는 반경 500m 이내에는 1만50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세대당 1.94명으로 전체 인구는 3만명에 못 미친다.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이 대부분이며 영세 숙박업이 전체 자영업의 약 8%를 차지한다. 일시 거주자가 많다는 뜻이다.

거주자 중 20~30대 인구는 47.7%로 전국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20대 거주자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10% 정도 많다. 자취생,고시생,직장 초년생,싱글족,신혼부부,노인,도시 빈민 등이 많아 구매력이 크진 않다.

저렴하게 식사와 음주를 겸할 수 있는 곳의 수요가 많다. 실제로 이 지역 상권에는 호프 · 주점 등 유흥업종이 아파트 상권보다 3배 이상 많다. 싼 임대료를 바탕으로 10~2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가게가 많아 단골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의뢰인의 점포는 남부순환도로에서 당곡사거리로 향하는 관천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이면주차가 가능해 택시기사나 업무용 차량 기사가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강점이다.

점포 주변에는 신림역 상권이 버티고 있어 트렌디한 아이템보다는 복고적이고 객단가가 낮은 아이템이 경쟁력이 있다.

특히 복고 이미지,숙련된 영업 노하우,차별화된 맛으로 50대 장년 남성의 기호와 어울리는 아이템이라면 승산이 있다. 하지만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젊은층을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20~30대 젊은 고객들이 인근에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층을 겨냥해 '향수' 컨셉트를 적용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업종전환 성공 TIP
기존시설 활용해 투자비 줄이고 경험·노하우 잘 살려야

-장사하는 사람이 기존 업종을 포기하고 다른 업종으로 새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간판 · 인테리어를 교체하고,매장시설을 보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자금 손실 때문에 주저하다가 업종 전환을 늦추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업종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업종 전환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기회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십시오.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음식업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이 전체 투자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새로운 업종에 뛰어드는 것은 모험입니다. 단순히 수익성만 좇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영업 시장의 트렌드를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향후 경제 동향을 파악,자영업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 후 업종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업종을 바꾼 뒤 일정 기간 기존 업종과 새로운 업종을 함께 운영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업종을 버리고 새로운 업종에 뛰어들면 상당기간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두 가지 업종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현재 영업하고 있는 업종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한 뒤 업종 전환을 고려해야 합니다.

매출이 부진해 업종 전환을 결심했을 경우 그 원인이 창업자 자신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원인이 있는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영능력 등 창업자의 역량이 원인이라면 업종을 전환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컨설턴트,박민구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부원장,최재봉 연합컨설팅 소장


중기청·한경 자영업 무료 컨설팅 상담해 드립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은 외식·서비스·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영업 무료 컨설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고민을 알려 주시면 경영진단 컨설턴트,상권 분석가,음식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전문 컨설턴트가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 접수는 한경창업센터(www.hankyung.com/changup,02-2264-2334)에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