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소기업 사회책임경영 포럼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한참 세미나가 진행 중인데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A사장이었다. 그는 "지금처럼 어려운 경영 여건에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무슨 사회적 책임입니까. 기업이 문 닫지 않고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죠"라며 언성을 높였다.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원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고객,종업원,투자자,금융기관,정부,그리고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이해관계자 집단의 기대치 균형을 맞추어 가는 기업 행위를 일컫는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CSR를 단순 기부나 자선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캐롤(B A Carroll)은 CSR란 기업이 '환경경영'과 '정도경영'을 기본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웅변한다.

지난해 멜라민 사건은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멜라민 사태의 주역인 싼루는 최근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일컬어졌다. 연평균 15%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던 신화의 주역이었다. 그런데 사명은 팽개치고 그저 성장만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유 회사의 사명은 당연히 '영유아의 건강증진'일 텐데 정반대의 행동을 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사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모든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투자 상품의 기회뿐 아니라 위험까지 분명하게 설명하고 관리해줘야 한다'는 사명만 철저히 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은 닥치지 않았을 것이다.

CSR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고객들은 자신의 욕구에 맞는 기능과 품질을 가진 상품을 요구하지만 환경을 해치거나 건강에 유해하다면 결코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유한킴벌리가 재벌 기업들보다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기대 이상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실례로 주방용 양식기를 제조하는 유진크레베스(대표 문영기)는 1998년 해외 진출 당시 CSR를 투자전략으로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다. 베트남 현지의 심장병 어린이를 국내에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주고 지역사회와 손잡고 병원과 체육관도 지어줬다.

중소기업에 CSR는 전략적 투자이며,불시에 닥칠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벨트와 같다. 위기와 불확실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기에 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특수한 개별 상황을 고려해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CSR 경영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은 CSR 컨설팅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 등 CSR 경영 체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중소기업의 CSR 활동이 기업 성장의 핵심 전제로 작용해 미래 한국경제의 중단없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한국사회 건설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