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어 드라마 '친구' 연출 "할 얘기 더 남아"
곽경택 "'친구'로부터 도망가기 싫었다"
"'하다 하다 안 되니 자기가 했던 것 갖고 돈 벌어보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각오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어도 내가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도망치기 싫었습니다."

'왜 자신의 히트 영화를 손수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솔직하고 깔끔했다.

이어 강펀치가 날라왔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드라마 '친구'로 투자 제의가 들어왔을 때 바로 '하자'고 답했습니다."

곽경택(43) 감독의 달변은 여전했다.

그는 다부진 생김새처럼 맷집이 강했고, 어떠한 질문에도 낯빛 한번 바뀌지 않고 막힘없이 답을 했다.

2001년 폭력성 논란에도 800만명을 모은 영화 '친구'를 8년 만에 다시 20부작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리메이크하는 곽 감독의 속내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했다.

"물론 내 영화를 내가 직접 드라마로 리메이크한다는 것에는 부담이 컸습니다. 2시간 영화를 20부작 드라마로 만들려면 영화 외에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것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싶더군요.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마구 솟아났어요. 그런데 제가 감독을 안 하면 마치 도망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흥행 이후 제작사 진인사필름을 차린 곽 감독은 이후 '챔피언', '똥개', '태풍', '사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을 찍으며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화제에 비해 그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었다.

"2007년 '사랑'이 추석을 끼고 박스오피스 1등을 했지만, 제작자이자 감독인 전 마이너스였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죠. 방법은 하나뿐이었어요. 시장이 넓은 이야기를 하는 것, 최소한 일본 시장까지는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먹고 살아야 해서 이런저런 해외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에 일본 쪽 관계자가 '친구'를 리메이크해 한류 붐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6명의 스타를 후보로 주면서 그들 중 한 명만 캐스팅하면 투자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6명의 스타 중 한 명이 바로 현빈. 그렇게 해서 드라마 '친구'는 탄생했다.

전체 78억 원의 제작비 중 60억 원이 일본에서 들어왔고 MBC가 10억 원을 내는 등 '친구'는 이미 제작비를 모두 벌어들인 상태다.

판권을 방송사에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버는 것은 모두 수익이다.

그러나 감독 곽경택은 성이 차지 않는다.

4회까지 시청률이 8-9% 대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15%는 할 줄 알았어요. 영화 이후 10년 가까이 여전히 회자하는 이야기이고, TV에 맞게 수정한 데다 완성도도 자신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와 TV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더군요. 영상이 아무리 좋아도 시청자들에게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고, 또 채널 선택권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있다는 사실 등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첫 회 시청률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귀가 막혀버리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힘을 빼면 안 되겠더라고요. 어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친구'가 굉장히 좋은 드라마라는 것을 꼭 알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깡패들이 주인공인 '친구'가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주인공들이 자기가 걸어왔던 길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요. 건달 식으로 '꿈을 깬다'는 말이 있어요. '야, 이게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인데, 그런 세계를 동경하는 자들의 꿈을 깨게 하고 싶어요. 전 영화에서건 드라마에서건 그들의 삶을 결코 미화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 주인공 둘은 30대 초반에 죽습니다. 하나는 칼 맞아 죽고 하나는 형장의 이슬로 죽잖아요. 그게 어찌 미화인가요."

드라마 '친구'는 초반 영화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폭력성을 이유로 MBC에서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리면서 낮시간 재방송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곽 감독은 "초반에만 깡패들의 세계가 그려져 셌지 이제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고교시절 추억을 좇기 때문에 밝고 재미있다. 향수를 자극하고 코믹한 요소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친구' 이야기를 다 했을까.

"2세들 이야기가 있잖아요. 하하 농담입니다. 할 만큼은 했죠. 그런데 이번에 찍으면서 조연 캐릭터들에 관심이 갔어요. 조연이 많이 등장하는데 만일 아주 훗날 기회가 된다면 진짜 힘을 빼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