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에서 개최된 OECD 각료이사회에서 우리가 제안한 녹색성장이 각료선언문의 형태로 발표됐다.1996년 대한민국이 OECD에 가입한 뒤 최초로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각료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자리에서다.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물론 우리 제안이 국제적으로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더욱이 OECD가 지난 8년간 각료선언문은 물론 서면형태의 회의결론도 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이번의 각료선언문의 의미는 매우 크다.

여러 각도에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다 문득 김철호 명성그룹 전 회장이 떠올랐다.비록 지금은 사라진 그룹이지만,김 전 회장이 창안한 콘도사업은 시대를 앞서가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콘도사업이 없으면 레저기업으로서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갔지만,명성그룹은 결국 사라졌다.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갔기 때문이다.반걸음만 앞서가야 할 시대를 서너 걸음 앞서가다 보니,결국은 시대의 패자가 된 것이다.시대를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나,시대와 같이 호흡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필자는 이번 녹색성장의 OECD 각료이사회 선언문 반영을 시대와 같이 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싶다.녹색성장을 약속한 각 OECD 회원국 입장에서는 반 발짝 앞서 추진되고 있는 우리의 녹색성장전략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녹색성장이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산업은 물론 기술·지식 집약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며,이를 통해 기후변화에도 대응해나간다는 우리의 전략은 국제적 화두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보다 더욱 구체적인 효과는 시장확대효과이다.녹색성장전략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이미 상당한 R&D를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투자의 성과물이 나타날 시점에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낭패다.우리 방식으로 녹색성장의 저변이 넓혀질 수 있다면,우리의 녹색전략은 기후변화대응 뿐 아니라 성장전략으로 보다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시대를 앞서가되 반 걸음 정도만 앞서 나가야 한다.그리고 그 초석을 이번 OECD각료이사회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