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재단법인 청계(淸溪)' 설립추진위원회를 통해 331억4200만원의 재산을 재단에 출연,청소년 장학과 복지사업에 쓰기로 한 사회기부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이던 2007년 12월 선거방송연설에서 기부를 약속했던 내용의 실천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회 발표를 통해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다"며,"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재산이 의미롭게 쓰여짐으로써 우리 사회가 서로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같은 선의가 충분히 존중되고,그 취지 또한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재임중 국가 원수의 재산기부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기부문화를 되돌아보고 발전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자본주의의 성숙 과정에서 기부와 자선활동이 사회지도층의 덕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찍부터 기부가 활발히 이뤄져 왔지만,우리의 경우 척박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2007년 개인 기부참여율은 겨우 55%,1인당 연평균 기부액이 10만9000원에 불과한 반면,미국의 경우 2006년 참여율 83%,1인당 기부액이 113만원에 이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재산환원이 우리 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다시 되새기고,지도층의 기부문화 확산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어야 할 이유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의 이념 · 지역 · 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과 사회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 같은 여건조성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존중받는 국민적 컨센서스부터 이뤄내는 일이다. 그동안 정당하게 쌓은 부(富)마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태가 기부를 꺼리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어왔음을 생각할 때 그렇다. 나아가 개인이나 기업의 재산기부를 현실적으로 어렵게 하는 과세제도 등 걸림돌의 개선 또한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