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공장에서 사측이 아예 철수까지 했을 정도이니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가 이렇게 꼬이는 것은 근로자들이 사태 해결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정부로부터 공자금을 받아내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대부분의 기업 부실이 그렇듯이 쌍용차의 부실도 근본 원인은 낮은 생산성이다.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품질은 차치하고라도 쌍용차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쌍용차의 직원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는 11.4대로 현대 · 기아차 및 르노삼성의 30대 안팎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에서 만드는 자동차의 원가는 높게 마련이고,같은 값을 받더라도 이윤은 작을 수밖에 없다. 이런 회사가 불황에 취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거기에 있는 만큼 해법은 잉여인력을 정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값은 싼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자동차 기업으로 다시 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통해서만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공자금으로 당장의 부도를 막고 약간의 운영자금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더 우수한 자동차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공자금을 달라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세금을 내놓으라는 말이다. 왜 국민들이 생산성이 높아질 기약도 없는 자동차 공장을 연명시키기 위해 세금을 부담해야 하나. 공자금 요구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

은행의 부채를 감면하거나 연장시켜주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는 마찬가지다. 그 돈은 결국 예금자들이 받아야 할 이자나 원금이거나 또는 주주들에게 배당될 돈일 것이다. 예금자들이,또는 은행의 주주들이 전투적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위해 희생을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이 이번 사태도 근본적 해법은 당사자들이 '내탓이오'라는 자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싸고 좋은 자동차가 만들어질 것이고,소비자들이 다시 쌍용자동차를 사줄 것이다.

물론 다급한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일자리를 잃게 생겼으니 전후좌우를 가려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방향까지 잃어서는 곤란하다. 시너와 휘발유를 쌓아 놓고 자해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만 더욱 나쁘게 만들 뿐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동이다. 근로자들이 기업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은 소비자들이 그 기업의 제품을 사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물건일수록 값은 좋아질 것이고,이윤도 늘어나서 근로자들의 월급도 커지게 된다.

물론 직접 월급을 지급하는 사람은 고용주이지만 그 돈은 결국 소비자로부터 나온다. 궁극적인 고용주는 소비자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업주조차도 소비자에 의해서 고용된 근로자에 불과하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모든 사람의 운명이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자해위협으로 기업의 생존을 얻어내려는 것은 소비자를 무시하면서 살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답은 분명하다. 국가에게 자신들을 살려내라고 억지를 부릴 것이 아니라,모든 노력을 기울여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금 쌍용차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