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지방행정의 민주·책임성 높이기 위한 것”


반 “중대한 국책사업 차질 빚게 해서는 곤란”



제주도내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이유로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주민소환 투표가 청구돼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특위 등 반대 단체들은 "그동안 제주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성과 절차적 타당성 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왔다"며 "도지사에게 더 이상 제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소환을 실시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쪽에서는 "주민들이 중요한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 추진 문제를 소환의 명분으로 삼았다"면서 "그런 주관적인 소환이야말로 명백한 권한의 남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해군의 전력 강화와 남방 해양수송로 확보를 위한 국가 핵심사업으로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김 지사는 2007년 5월 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이를 수용했고 같은 해 6월 노무현 정부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확정한 바 있다.



제주도는 군 전용부두 건설계획을 크루즈선박과 군함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민 · 관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로 수정해 지난 4월 정부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주민 여론수렴을 거쳐 추진돼 온 국책사업이 일부 주민들의 소환제에 걸려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도지사를 소환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주민들은 지방자치법과 주민소환법에 따라 지자체장을 소환할 권리가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 등 국책사업 집행을 추진하는 제주도지사 소환은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제주의 100년 대계가 걸린 군사기지 유치 문제가 무리하게 결정됐을 뿐 아니라 정부와의 해군기지 기본협약(MOU)체결 과정에서도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견조차 묵살됐다고 지적한다.



기본협약에는 제주의 이익과 미래에 대한 보장이 담겨 있지 않으며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될 경우 '평화의 섬'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관광자원으로서의 기능도 상당 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소환운동은 군사기지 추진 논리로 누더기가 된 제주의 비전을 다시 세우고,제대로 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새롭게 일구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 반대 측, "중대한 국책사업 추진에 차질 빚게해서는 안 돼"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제주도는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도민 의견을 수렴한 뒤 해군기지 사업을 수용했으며 올 4월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과 기본협약 양해각서까지 맺었고 어장과 어선,토지에 대한 보상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어느 모로 보나 해군기지 사업을 트집잡아 지사를 소환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군 당국은 해군기지 내의 병원과 체육관 영화관 등 복지 문화시설을 제주 도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며, 기지는 크루즈선박도 드나드는 '민 · 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조성되며,6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해군기지 예정지는 국가안보와 해상 수송로 확보에 직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로, 남중국해의 해저자원 개발을 둘러싼 중국 일본 등과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중대한 국책사업이 지사 소환으로 좌절된다면 국제자유도시를 향한 제주도의 도약에 장애가 됨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라고 주장한다.

⊙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주민의 다수 의견과 국익에 따라 결정돼야

제주도는 해양시대의 귀중한 전진기지인 만큼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서귀포 군항은 제주를 진정한 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건설돼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군기지를 마치 혐오시설처럼 인식하는 것 또한 단견이자 오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와이 미 7함대사령부가 하와이를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데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서귀포를 민 · 군 복합형 관광 미항으로 꾸미려는 계획이 결코 헛꿈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국방부 · 국토해양부와 제주도의 MOU 체결로 주민 보상과 혜택,오염 방지 등 숙제들도 풀렸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다수 주민의 의견일 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제주지사의 도정에 대한 불만 표시의 한 형태로 주민소환제가 악용되는 사태가 빚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정부도 제주도에만 맡겨놓고 팔짱을 끼고 있지 말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은 주민소환 청구 사유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주민소환제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지역의 단체장을 불러 문제 사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정치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제수단으로 지자체장들의 독단적 행정운영과 비리 등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7월부터 실시됐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사업



제주도는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거쳐 2007년 5월 해군기지를 유치키로 했으며 같은 해 6월 노무현 정부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확정했다. 제주도는 군 전용부두 건설계획을 크루즈선박과 군함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민 · 관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로 수정해 올 4월 정부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2014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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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6월29일자 보도기사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제주도지사에 대해 주민소환투표가 청구돼 이를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찬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이하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도민 7만736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 청구서와 청구인서명부를 제출했다.



이 단체가 제주지사에 대해 주민소환 청구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지난 4월27일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민 · 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 관련부처와 체결한 기본협약서(MOU)에서 비롯됐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등 도내 3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주민소환운동본부를 구성,5월14일부터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한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들어간 것이다.

청구인 대표를 맡은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은 "김 지사는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독선과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어 주민소환을 통해 이를 심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관위에 접수된 도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를 열람하지 않고,당당하고 떳떳하게 심판을 받겠다"면서도 "꼭 필요한 국가정책과 추진과정에 있는 업무를 소환의 명분으로 삼는다는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주민 소환의 남용"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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