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사업은 지구 신청을 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대상 구역 집값이 급등합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4월21일 각 언론사 담당 부장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시점은 여 · 야 총선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남발 후유증을 낳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였다. 오 시장은 A4용지 5장으로 된 편지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집값에 자극을 주게 되는 시점에서는 뉴타운 사업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습니다. 부동산 가격앙등은 서민경제에 크나 큰 악영향을 끼치고,주거안정이라는 서울시의 주택정책 목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지정된 1,2,3차 뉴타운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을 때 4차 뉴타운 지정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뉴타운 · 부동산정책의 일관된 목표는 서민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며 집값이 뛰는 한 뉴타운 추가지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1년여 전 편지를 다시 꺼내 읽은 이유는 그가 소신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 허용 등을 담은 '한강 르네상스' 등 각종 개발계획이 '4차 뉴타운'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오죽하면 르네상스(한강 남산 동북권 서남권 한옥)5가지를 묶어서 '오네상스(5+吳세훈+르네상스)'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준공업지역 해제와 대규모 용지의 상업용지 전환까지 포함하면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가 10여개나 된다. 중랑천과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할 수 있게 된다니 서울이 베네치아나 파리가 된 듯하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국민소득 2만달러에 걸맞은 선진국형 도시로 진화시키려는 계획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타당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10개의 프로젝트를 모두 추진하려면 45조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서울시 1년 예산의 2배를 웃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같은 선제적인 투기방지대책 없이 장밋빛 플랜을 남발하다보니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후유증도 예상된다. 강남에선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근처 땅값이 올초보다 2배 이상 오른 최고 3.3㎡당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노원구 도봉구 집값은 '동북권 르네상스' 계획 발표 하루 만에 수천만원이 올랐다. 단기급등은 후유증을 낳는다. 지난해 뉴타운 공약이 남발됐던 서울 일부 지역에선 올랐던 집값이 선거 후 다시 가라앉았다. 지방에서는 과거 호경기 때 앞다퉈 발표했던 설익은 개발계획이 지지부진해 부동산 '버블'이 꺼졌다.

오 시장은 '오세훈 아파트'로 불리는 20년 장기전세아파트를 내놓아 주거혁명의 전도사로 떠올랐다. 이러던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민선 구청장들과 함께 '땅값 앙등 르네상스'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뉴타운 파동 때의 소신과는 다른 모순이다.

주민들도 자기 동네 땅값부터 올려놓고 보겠다는 자치단체장을 뽑을 게 아니라 백년대계의 도시를 그리려는 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제2,제3의 르네상스 플랜'이 춤을 출 것이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