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듣고 컸다. '밥상 앞에서 떠들지 말아라,음식 튄다. ''밥을 깨끗이 먹어라,그릇에 밥풀 붙여놓으면 아깝고 설거지하기 불편하다. ''어른보다 먼저 수저 놓지 말아라,버릇 없어 보인다. ''반찬 헤집어놓지 말아라,다른 사람 먹기 나쁘다. ''음식 남기지 말아라,벌 받는다. '

학교에선 또 이렇게 배웠다.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권리는 없다. ''공중도덕이라 함은 사회질서 · 도덕 · 규범 · 윤리 · 법률 등 각종 사회적 준칙을 총칭한다. '

많아야 두 명 아니면 한 명뿐인 자녀가 귀해서일까. 식사 예절은 물론 공중도덕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부모가 많은 걸까. 언제부터인가 식당에 가면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할 때가 적지 않다. 아이가 뛰고 소리 질러도 부모가 전혀 제재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뷔페식당이나 샐러드바처럼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음식 진열대가 있는 곳에서조차 마구 뛰어다니다 음식그릇을 엎거나 차려진 음식에 코를 박은 채 킁킁대고 심지어 두셋이 발차기를 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 음식을 잔뜩 가져다 흘리고 남기는 것쯤은 얘깃거리도 안돼 보인다.

다른 손님들에겐 미안하지만 대놓고 지적하기도 어렵다는 게 식당측의 하소연이다. 행여 한 마디라도 하면 부모가 미안해하기는커녕 눈을 부라리거나 인터넷에 아이와 자신이 한 일은 쏙 빼놓은 채 "불친절하다"는 식으로 올려 업소와 종업원 모두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다른 모든 생활 규범과 마찬가지로 식사 예법이나 식생활 예절도 어려서 몸에 배지 않으면 익히기 어렵다. 중 · 고등학교 급식에선 물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내 식당에서조차 잔반을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업체측의 부탁에도 불구,반찬을 잔뜩 담았다 남기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만 봐도 그렇다.

식생활 예절은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는 일이자 타인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배려의 하나다. 한식 세계화도 좋지만 먼저 어린이들에 대한 식생활 교육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가정에서 가르치기 힘들다면 유치원과 학교에서라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일이다. 생활교육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