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활경제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5일 "감미료로 자일리톨 100%인 껌 아니면 충치예방효과 없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시판 중인 자일리톨 껌 7종 중 6종의 자일리톨 함량이 43~69%에 불과해 충치예방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소비자원은 그 근거로 지난해 유럽식품기준청(EFSA)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의 '허술함'은 금세 드러났다. EFSA의 보고서는 100% 함량 자일리톨 껌과 56% 함량 자일리톨 캔디 등 두 종류만 조사해 표본이 너무 적었다. 기자가 살펴본 이 보고서에는 "100% 자일리톨은 충치예방 효과가 확실하지만 56%의 경우 효과가 '있다''없다'를 논할 수 없다"고 기술돼 있다. 자일리톨 함량에 따른 효능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일 뿐,효과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소비자원은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자일리톨 100%가 아니면 효과가 없다"고 공표한 꼴이 됐다. 게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년 7월 "자일리톨 성분을 50% 이상 쓰면 충치예방 효과를 인정한다"고 발표한 것까지 무시한 셈이다.

이날 밤 8시 반께 롯데제과,오리온 등 자일리톨 껌 생산업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소비자원이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냈다. 내용은 당초 보도자료와는 반대로 "감미료로 자일리톨 100%인 껌은 충치예방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먼저 낸 보도자료는 이날 밤 TV 뉴스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였다. 그나마 기자들에게 해명자료를 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26일자 신문까지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 국내 자일리톨 껌 시장은 1500억원 규모로 전체 껌 시장의 60%에 달한다. 자일리톨 껌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롯데제과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급하게 자료를 만들다 보니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해프닝이 소비자원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낳은 '한건주의' 탓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소비자원장이 해임건의 대상으로 지목되자 바로 사표를 내고 떠났기 때문이다. 수장이 없는 소비자원의 미숙한 발표 탓에 애꿎은 업체들만 피해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