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또 재현되고 있다. 국회 중앙홀에서 벌어지는 민주당 초 · 재선들의 점거농성이다. 의원들이 스스로의 활동공간인 국회 문을 열지못하게 하는 실력행사다. 6월1일로 법에 정해진 임시국회 개회 일정을 한참 넘긴데다 177명이 낸 개회요구를 18명의 야당 의원들이 가로 막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전 상임위에 대한 보이콧 방침까지 정했다. 국민들의 심정은 답답하고 착잡하다.

이들의 농성 이유는 민주당의 개원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안인 미디어법 개정안 등에서 여당이 유연하게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연일 "사즉생 각오로 임한다"거나 "어떤 희생과 대가도 감수하겠다"며 임시국회 막기에 주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법에 정해진 국회 문을 여는 데 무슨 전제조건 충족이 필요하고,안건을 심의하기도 전에 법안처리의 결론을 여당에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열고 상임위와 본회의 등을 통해서도 당의 입장은 얼마든지 펴나갈 수 있다.

민주당은 농성을 풀고 당장 오늘이라도 여야간 개원협상에 나서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 법적인 당위성을 떠나 산적(山積)한 민생법안 처리에서 효율성이나 국회의 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절실한 일이다. 지금처럼 한쪽에선 농성하고 한쪽에서는 법안처리에 나설 경우 예상되는 국회의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회는 정치의 영역에서 해야 할 큰 틀의 국가적 책무가 있다.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놓인 비정규직법 처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몇 차례 때를 놓침으로써 행정부처가 결론내기엔 벅찬 문제가 돼버렸다. 다행히 이 문제를 전담하는 여야와 노동계 대표 등 5인 연석회의에서 상당수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대화 분위기는 전체 국회차원에서도 살려나가야 한다.

야당에서도 선(先)등원론이 있고 여당에서도 미디어법에 융통성을 두자는 의견이 없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 불씨를 살려 합의점을 찾는 게 정치다. 단독국회에 앞서 여야간 최종담판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 협상마저 안된다면 반쪽 국회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쪽에 더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