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은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다. 그러나 포스코에는 예외다. 이미 첨단 소재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포스코 내부를 들여다보면 곳곳에 첨단 기술이 숨어 있다. 세계 철강업체들이 포스코를 흉내 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첨단 부품소재 기업으로 변신 중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 초 취임과 동시에 종합부품소재 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요 대상은 마그네슘 판재와 티타늄강 등이다.

포스코는 작년 7월 순천 해룡산업단지 내에 연산 3000t 규모의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종합 소재회사로 발돋움하고자 노력 중이다. 올해 600t가량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2011년까지는 1만50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마그네슘 판재 생산 사업은 매출 1200억원 규모에서 600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핵심 사업으로 변신한다.

포스코는 판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 및 중국 동남아 등에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모바일 전자제품 케이스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스티어링 휠과 트랜스미션 케이스 등 자동차 부품용으로도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티타늄 판재에 대한 연구 및 투자도 대폭 강화해 '제2의 마그네슘 판재'로 삼을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그네슘과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성과 전자파 차단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세계 철강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없는 철강생산 도전

정 회장의 최근 화두(話頭) 중 하나는 바로 '원자력과 제철의 만남'이다. 철광석 유연탄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대신 수소를 주입하면 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수소환원 기법을 바탕으로 한 철강 생산 방법이다.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다. 원자력연구소와 중 · 장기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더 이상 포스코에서 이산화탄소는 배출되지 않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지금까지는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 때 일산화탄소를 사용했다. 철광석에서 떨어져 나오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구조다. 포스코는 이 과정에서 아예 생각 자체를 바꿨다. 원자력 발전과정을 응용해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 가스를 환원 가스로 사용하는 것이다. 수소를 사용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온다.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연구가 성공해 상용화되면 신개념의 철강산업이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자랑하는 신기술 가운데 하나가 '스트립 캐스팅(strip casting)'이다. 포스코는 2006년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데모 플랜트(본 공장 건설 전에 기술과 공정이 적정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짓는 공장)를 준공했다.

스트립 캐스팅은 쇳물에서 곧바로 1~3㎜의 얇은 열연강판(핫코일)을 뽑아내는 새로운 주조 기술이다. 쇳물을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가열하고 늘려 열연강판을 만드는 기존 공정과 달리 스트립 캐스팅은 직접 열연강판을 만들어 낸다.

회사 관계자는 "이 기술이 사용되면 철판을 얇게 만드는 압연 공정을 거의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와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