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는 매장 위치로 판단한다(?)'

백화점 내 매장 위치로 패션 브랜드들의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가두점에서도 브랜드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바로 전국 5대 상권에 가두점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손꼽는 상권은 △서울 명동 △강남역 △삼성동 코엑스몰 △대구 동성로 △부산 광복동 등 5곳.한결같이 패션에 민감한 10~20대 젊은층이 북적이는 각 지역의 대표 상권이다. 이에 비례해 임대료도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단기간 내 브랜드를 알리고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감지하는 데도 이들 만한 곳이 없다는 것.

실제로 5대 상권에 가두점을 모두 갖고 있는 브랜드는 빈폴(캐주얼),나이키(스포츠의류)와 신발전문점 ABC마트뿐이다. 각 분야 1위 브랜드들이다. 따라서 패션 브랜드가 뜨려면 5대 상권에 가두점을 내야 한다는 게 업계에선 불문율로 통한다.

자라 ·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도 먼저 이들 상권에 매장을 확보했다. 지난해 4월 국내에 진출한 자라는 명동과 코엑스에 매장을 열었다. 다음 달 16일 문을 여는 눈스퀘어점을 포함해 자라는 명동에만 매장이 3개에 이른다. 유니클로도 명동,강남역,코엑스,대구 동성로 등 4곳에 대형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패션 브랜드들이 5대 상권에 대형 가두점을 내는 데 혈안인 것은 따로 광고를 하지 않고도 이들 지역 가두점이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좁은 백화점 매장으론 불가능한 브랜드 이미지와 문화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고 매출도 그만큼 월등하다는 분석이다. 자라와 유니클로의 경우 각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이 10억원을 넘고,빈폴 명동점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매장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국내에선 아직 백화점 유통 위주이지만 글로벌 파워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주요 상권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매장 자체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지방상권 가운데 대구 동성로와 부산 광복동은 '전국구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 입점 상권이다. 제일모직 빈폴은 지난 2월 대구 동성로에 1415㎡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연 데 이어,이달 12일 부산 광복동에 1216㎡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들 두 곳은 10~20대가 유동인구의 80%를 차지할 뿐더러 브랜드를 알리는 확산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규 패션 브랜드들도 5대 상권에 매장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론칭한 LG패션 여성복 'TNGT W'는 최근 두 달 새 9호선 신논현역 부근(강남역 상권),대구 동성로,부산 광복동에 대형 매장을 냈고 8월에는 코엑스 인근에 330㎡짜리 매장을 연다.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수십만명에 달해 근사한 매장이 주는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