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별관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선입견을 갖지 않겠다'며 국세청 인사들과의 접촉을 되도록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준비에 국세청 직원의 큰 도움이 필요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심없이 개혁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만큼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직에서 사임하면서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다"는 말로 권력지향적인 국세청을 제자리에 갖다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세청을 '탈(脫) 권력기관화'시키기 위해서는 왜 그렇게 불리는지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최근 유가환급금이나 근로장려금 등 국민들에게 돈을 내주는 일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본연의 업무는 역시 세금 징수다. 물론 국민들이 모두 알아서 세금을 잘 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탈세가 근절된 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그래서 국세청에 부여된 것이 세무조사권이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조사해서 강제로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월급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세무조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를 수 있다. 제대로 한 번 걸리면 웬만한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게 세무조사다.

현재 지방국세청 전체 인력의 70~80%가 조사 인력이라는 점만 봐도 세무조사가 국세청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탈세라는 불법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무조사가 자칫 잘못 악용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 국세청의 재량에 따라 조사 대상이 선정되고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두려운 권력기관일 수밖에 없고 또 각종 외압이나 청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전임 청장들도 매번 국세청을 권력기관에서 서비스기관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방법은 대개 홍보 강화나 콜센터 설치 등 표면적인 이미지 개선에 치우친 것들이었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계속 인식된다면 국세청은 권력기관이라는 명칭을 결코 떼어내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