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기업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뢰의 위기가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그동안 등한시 돼 왔던 신뢰의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는 경제적 번영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사실 외화 부족보다는 대외적인 국가 신인도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신뢰가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다. 최근 맥킨지 액센츄어 등 많은 경영 컨설팅사들은 미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신뢰를 꼽고 있다. 신뢰는 기업들에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의 방향을 제공하는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후쿠야마가 지적한 것처럼 경제적 번영의 원천으로서 신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기업이나 국가가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의 신뢰는 대외적인 신뢰와 대내적인 신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대외적인 신뢰는 제반 시장에 대한 신뢰로, 투자자 · 파트너들로부터 사업 수행에 필요한 경영 자원을 확보하고 고객을 모집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내적인 신뢰는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의미하며, 가치 창출을 위한 역량 강화와 핵심 인력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 중 어느 한 가지 신뢰라도 훼손되면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므로, 기업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대외적인 신뢰와 대내적인 신뢰가 모두 중요하다.

특히 e-비즈니스가 기업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면서 고객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 개방성에 기초해 수많은 개인과 조직 간의 관계를 조성하고 촉진시키지만, 이와는 반대로 고객들에게 불안함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경영의 대원칙인 정보의 공개를 통해 정직과 투명성을 확보하기는커녕, 그 반대의 행동으로 애써 쌓아 놓았던 신뢰마저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경우가 많다.

신뢰는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길을 마련해 준다. 또 자원의 공유를 촉진시킴으로써 양자의 관계에 있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열린경영연구원과 함께 신뢰의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혼돈의 시대를 맞아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상품 가치와 이미지를 드높인 한국의 대표적 기업과 기업인을 선정했다. 신뢰경영을 통해 소비자들의 믿음을 쌓아가는 기업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기업들의 신뢰경영 토대를 더욱 단단히 하자는 취지다.

노사 간 믿음과 화합을 통해 신뢰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약사법 기준보다 더 엄격한 내부 품질관리로 유명한 유한양행,민간기업 수준으로 창구 서비스를 개선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비롯 한국수출보험공사, 농수산홈쇼핑, 전진씨에스엠, 종로유학원, 현대증권, 전진중공업, 명문제약, 금호고속, 석플란트치과병원, SK커뮤니케이션, 하나은행, TFCB가 대표적 신뢰기업으로 뽑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