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차 가라앉고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도 통과되면서 은행권의 인수.합병(M&A)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민영화에 앞서 수신 기능을 가진 국내외 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데다, 기업은행도 장기적으로 예금 유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우체국 금융부문 인수를 검토하는 등 금융공기업들의 M&A 시나리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 KB금융지주도 타 금융기관 인수 추진 계획을 밝혀 금융위기 극복 이후 은행권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 M&A시나리오 솔솔

일단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의 금융공기업들과 관련된 M&A 시나리오가 가장 무성하다.

이 중 산업은행이 민영화법 통과로 8~9월쯤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을 겸비한 산은지주사와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정책금융공사(KPBC)로 분리될 예정이어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 정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되기 전에 다른 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달 "민영화를 위한 지분 매각 이전에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은행 인수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시장 매물로 나와 있는 외환은행 인수에 가장 관심이 있다.

기업은행도 민영화와 수신기반 확보 등을 위해 우체국금융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민영화를 추진하려면 수신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우체국 금융 인수 등 여러 가지 수신 기능 확보 방안을 짜보고 있으나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지주와 관련해 산은지주사와 합병해 메가뱅크화하는 시나리오나 모 대형 시중은행으로 넘어가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외 KB금융지주는 "3분기 쯤 금융위기에서 확실히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증권.보험 등의 비은행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 "본격 재편 움직임은 좀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은행산업의 재편 작업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극복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금융위기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고 경기가 확실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이르기 때문에 당장 M&A 움직임이 가시화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한나라당과 정부 안팎에서도 일단 산업은행 분리 등의 작업만 우선 추진키로 공감대가 형성됐을 뿐 다른 금융공기업의 민영화 문제는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승덕(한나라당) 의원은 "당 안팎에서 산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를 직.간접적으로 들어봤으나 정식 보고가 된 적은 없다"며 "일단 산업은행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데만 의견이 모아졌고, 구체적인 진로 등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 여건 등을 봐서 국책 금융기관들의 민영화 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