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잇따르는 가운데 적립식펀드는 신규 계좌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신규 계좌가 7만개를 넘어 지난 1~3월 월평균의 2배를 웃돈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4만개가 새로 생겨 월간 기준으로는 연중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적립식 펀드로 새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있으며 그동안 납입을 중단했던 기존 가입자도 다시 자동이체로 자금을 넣기 시작해 증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2007년에 투자를 시작한 적립식 주식형펀드가 최근 수익을 내는 등 적립식투자 효과가 재확인되면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은 있지만 경기나 증시가 바닥을 찍고 돌아선 만큼 꾸준히 넣는 것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계좌도 자금투입 재개

21일 국민 · 신한 · 우리 · 하나은행과 농협,미래에셋 · 한국투자 · 동양종금증권 등 8개 은행 및 증권사들의 적립식펀드 계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신규 계좌는 7만2425개로 4월보다 32% 증가했다. 이는 1~3월 평균(3만4800개)의 2배가 넘는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의 신규 계좌도 4만4479개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라면 8개 업체의 이번 달 신규 계좌는 9만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6개사는 올 들어 월간 최대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8개사의 적립식 펀드 신규 계좌 수는 1월 3만7676개, 2월 3만7109개, 3월 2만9683개에 불과했지만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회복한 4월 5만4818개로 늘어난 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성우 미래에셋증권 아시아선수촌지점장은 "신규 계좌 개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과 함께 적립식 납입을 일시 중단했던 기존 고객들도 자동이체를 재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적립식펀드 해지가 월 19만~20만개로 신규 개설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달에도 15일까지 10만8300개가 해지됐다. 이는 적립식펀드에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일단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적립식펀드 투자기간을 보통 3년으로 인식하고 있어 2005~2006년 적립식 열풍 당시 가입한 투자자들이 일단 수익을 챙기기 위해 해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적립식펀드 계좌는 이달에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소 규모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체 해지분에서 신규 개설을 뺀 순감 계좌 수는 지난 3월 15만여개에서 4월 13만여개, 5월과 6월엔 12만여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식투자 효과엔 공감

적립식펀드 신규 계좌 급증은 적립식 투자효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점장은 "지수가 고점에서 저점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며 적립식 투자의 효과가 재확인되자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립식펀드들은 최대 장점인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 덕에 수익률이 크게 올라왔다. 코스트 애버리징은 주가가 하락할 때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어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최근 주가가 빠지긴 했지만 2007년 10월 말 사상 최고치에 가입한 국내 주식형펀드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적립식 수익률은 -1.4%로 본전을 대부분 회복했다. 또 5년 전인 2004년 6월 말부터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은 46.43%로 다른 어떤 적금보다 높다.

또 단기적으로 증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신규 가입을 늘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반기 증시가 좀 조정을 받아도 적립식으로 길게 보고 투자하면 큰 무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가입자들도 꾸준히 적립식으로 자금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우 소장은 "적립식으로 고수익을 내려면 증시의 '반전 사이클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며 "작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환매 시기를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