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유통된다. 1973년 1만원권이 나온 지 36년 만에 고액 지폐가 새로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우리 경제는 세계가 주목(注目)할 정도로 급성장해 물가는 13배,1인당 국민소득은 무려 50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5만원권 발행의 원인이자 결과다.

5만원짜리 돈이 나오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편리도모와 비용절감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금액단위도 올라갔고 1만원권으로는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자기앞수표가 고액권 역할을 해왔으나 연간 2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발행 · 지급 · 처리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이런 문제점을 두루 해결하기 위해 한때 10만원권까지 함께 검토되다 5만원권부터 발행하게 된 것이다.

5만원권 새 돈이 발행되면 유통의 편리함뿐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문제점도 예상된다. 당장 은행의 현금지급기가 신권 인식에서 오작동이나 혼선이 없게 하는 것부터가 현실적인 과제다. 2006년 5000원권,1만원권의 디자인과 크기를 바꿨을 때 현금지급기 교체 비용으로 약 8000억원이 들었으니 이번에도 단기적으로는 적지않은 비용도 들 것이다. 5만원짜리가 지갑에서 쉽게 드나들게 되면 소비 · 지출의 관행에서 과소비에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부정 불법의 검은 거래에 손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회적 투명성 강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 또한 없지 않다. 관련당국이 다시 한번 유의해 봐야 할 사항들이다.

고액권시대에 본격 들어섬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화폐유통 정책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의 단위 변경)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은 5만원권,10만원권 발행이 모색될 때부터 수없이 반복되어온 과제다. 경제지표의 화폐단위가 경(京)을 넘어서고,미달러 환율도 네 자리 숫자가 되면서 나라의 대외이미지까지 생각하면 고액권 발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5만원권 발행을 계기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장점을 극대화시키면서 리디노미네이션 등 장기적인 대응방안도 잘 연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