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금리가 많이 떨어져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낮아졌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극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경우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금리가 연 2.67~4.37%(국민은행 기준)까지 내려갔지만 고정금리 대출은 아무 변동이 없다. 작년 10월 말 대출받은 사람은 최고 연 10.01%를 물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신규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해당 인원수는 상당히 많다. 국민은행의 경우만 따져도 전체 주택담보대출 137만여건 가운데 5만4000여건이 고정금리 대출(혼합형 포함)이다. 은행권 전체로 보면 적게 잡아도 10만명 이상이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했다.

고정금리형 대출자들은 이제 '대출 갈아타기'를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규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가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매우 낮아져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더라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중도해지 수수료율은 은행마다 다르다. 국민은행의 경우 처음엔 대출금의 1.4%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일 단위로 안분해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예컨대 3년 만기 대출을 받은 바로 다음날 해지한다면 수수료율이 1.4%이지만 1년째 되는 날에는 이 비율의 3분의 2인 0.93%로 낮아지고 2년이 되는 날에는 0.47%로 떨어진다.

따라서 기존 고정금리형 대출금리가 신규 고정금리형 대출금리보다 0.5%포인트 넘으면 무조건 갈아타는 게 낫다. 예컨대 고정대출 만기가 2년 남은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로 대출금액의 0.93%를 내야 하지만 이자부담 역시 매년 0.5%씩 줄어 2년 동안 대출액의 1%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서 지난해 6월 말 3년짜리 고정금대출을 받은 경우 이자율은 연 7.14~8.64%였다. 하지만 요즘 신규 고정금리대출 금리는 연 5.25~6.95%로 낮아져 격차가 1.69~1.89%포인트에 달한다. 연간 중도해지 수수료 부담(0.47%)에 비해 1.22~1.42%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만큼 갈아타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중도상환 수수료와 이자 감소액을 비교해 신규로 갈아타야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우리은행 아파트 파워론의 경우 1년 이내 상환시 1.5%,2년 이내 상환시 1.0%,2년 초과 상환시 0.5%로 돼 있다. 하나은행은 3년 이내 1%,3년 이후는 0%다.

은행 관계자는 "같은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면 설정비가 추가로 들지 않는 만큼 다른 사항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금리격차가 중도해지 수수료율보다 높은지를 은행에 문의해보고 갈아타기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변동금리는 신중해야

신규 대출을 기준으로 할 때 변동금리형 대출금리와 고정금리형 대출금리 간 격차는 우리은행의 경우 2.09~2.19%포인트 수준이다. 중도해지 수수료보다 이자 경감액이 더 많다.

하지만 변동금리는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변동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격차만 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채권금리는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고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에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중장기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 장단기 금리차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CD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들이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CD 발행을 늘리는 요인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은행권의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원으로 작년 2조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카드 등장으로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할 경우 은행들은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고 CD금리는 덩달아 오를 수 있다.

은행들은 또 낮은 CD금리를 상쇄시키기 위해 3%포인트가 넘는 가산금리를 변동금리 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CD금리 상승에다 높은 가산금리까지 물어야 할 경우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