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인 노키아와 애플은 공통점이 있다. 시장지배력이 뛰어난 데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불황기를 통해 가파른 성장을 일궈낸 기업이라는 점이다.

LG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불황의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이용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단기적 대응에 연연하지 않았으며,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기초를 다져나갔고,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실제 노키아는 90년대 들어 경기가 침체되자 제지,펄프 등 주력업종을 과감히 버리고 당시 부상하던 이동통신 시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특히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매출액이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오늘날의 노키아를 만들었다.

애플은 경기가 침체할 때는 소비 심리를 자극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감성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하드웨어 차별화와 함께 콘텐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꿔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 두 기업처럼 국내에도 글로벌 경쟁시장에 선두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서비스품질 향상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표준협회가 시상하는 '2009년 한국서비스대상'에 선정된 19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19개 수상기업들이 평가를 준비하는 총 일수가 1800일에 이르고 보고서도 총량으로 4만2000 페이지를 넘는다. 현장평가에 투입된 인원도 600여명에 달한다. 직원만족도 조사에 참가한 기업의 직원 수가1만4000여명에 이르고 심사위원의 평가시간도 2400시간을 넘겼다. 이처럼 인적 · 시간적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은 한국서비스대상이 그만큼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받는 잣대로서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서비스대상은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와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반적인 서비스경영시스템에 초점을 두고 평가가 이뤄진다. 서비스경영시스템은 리더십,전략,고객만족,정보와 지식,인적자원,프로세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조화를 이뤄야만 재무성과,고객관련성과,인적자원성과,프로세스성과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적인 바탕에서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미국의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 평가기준을 국내 서비스 산업의 환경에 맞게 개선한 것.말콤 볼드리지 평가 모형은 이미 유럽,남미,일본,싱가포르,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모델이다.

한국표준협회가 이 상을 제정한 목적은 점점 다양화되고 변화하는 고객의 눈높이와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서비스시장의 개방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수상을 준비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경영활동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보도록 하기 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표준협회(회장 최갑홍)가 주관하고 지식경제부와 한국서비스경영학회,한국서비스포럼 등이 후원하는 '2009 한국서비스대상'(Korea Service Grand Prix) 시상식은 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는 8년 연속 대상에 선정된 금호리조트와 롯데건설을 비롯 17개 업종 19개 업체가 수상한다. 금호렌터카와 롯데관광은 7년 연속 대상을,삼성생명과 삼성화재,신한은행 등은 6년 연속 대상을 받는다. 그 밖에 부산광역시시설관리공단과 한화리조트,한전KPS,삼성카드,신세계백화점,마스타자동차,삼성증권 등이 대상을,금호생명은 경영혁신대상을,현대홈쇼핑,메디슨,동부화재 등은 고객만족경영대상을 각각 수상한다. 최우수상을 받는 기업은 Yes24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한국서비스대상에서 지금까지 현대백화점(2005년)과 삼성서울병원(2006년),홈플러스(2008) 등 3곳이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올해는 전년도 매출액,시장점유율,서비스품질수준,전문단체 및 전문가 추천 등을 거쳐 부문별 후보기업을 선정하고,이들 후보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서비스경영학회와 품질경영학회,생산관리학회 등에 소속된 심사위원이 서류 및 현지심사를 거쳐 수상부문을 선정했다. 이어 최종 심의위원회(위원장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가 평가결과와 소비자고발건수,사회적 평판 등을 고려해 19개 수상기업을 최종 결정했다. 심사기준은 리더십(120점),전략(100점),고객만족(100),정보와 지식(80점),인적자원(90점),프로세스(80점),경영성과(430점) 등 7개 범주를 1000점 만점으로 하였고 평가의 공정성과 심사편차를 줄이기 위해 범주별로 2인 이상의 심사위원이 중복 평가를 실시했다.

또한 만족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키고 이는 서비스기업의 수익창출로 이어진다는 서비스수익 체인 이론에 따라 KAIST와 한국표준협회가 공동 개발한 직원만족도지수(KS-ESI)로 신청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만족도 평가결과도 반영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폭 넓은 이해를 마련하는 한편 산 · 학 · 연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우수연구논문을 공모해 6편의 우수 논문을 선정했다. 또 서비스품질 향상의 저변 확대와 사기 진작을 위해 최고경영자와 서비스리더를 표창했다.

올해 한국서비스대상에 참가한 기업은 지난해 25개사보다 줄어든 20개였지만 전체 참가기업의 평균 점수는 지난해보다 약 20점 상승했으며 종합대상 수상기업도 1곳이 더 늘어나는 등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