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패션쇼보다 푸른 바다가 더 끌렸죠"
"해운업에 푹 빠졌어요. 케이프 사이즈급 같은 벌크선 명칭이 운하를 통과하는 배의 크기로 정해지는 건 잘 모르시죠?"

해운 컨설팅과 선박매매업을 겸하는 중견 해운사 화도해운의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인 안소라 대리(30).그는 2007년 6월 화도해운에 경력직으로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상급 패션모델이었다. 국내 슈퍼엘리트모델대회 출신으로 국내는 물론 프랑스 파리에서 5년 동안 세계적 패션잡지인 보그,엘르,피가로 등의 모델로 활동했다. 12년간 정상급 모델의 보장된 삶을 접고 낯선 해운업체에 도전한 배경은 뭘까. 성장배경 및 타고난 승부근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4년간 남미 카리브해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보내 막연히 바다를 동경해 왔죠.2006년 파리에서 돌아와 쉬고 있을 때 아버지 친구 분에게 연락이 와 해운사에 취직하게 됐죠.처음엔 엑셀,기안 등 사무직 용어들이 너무도 낯설었지만 이젠 해운 전문용어는 물론 해운시황 전망도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 바카라나 블랙잭 등 포커를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는 기질도 작용한 것 같고요. "

도미니카에서 국내로 돌아온 그는 잡지모델로 활동하다 대학 1학년(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때인 1998년 한 방송국의 슈퍼엘리트모델대회에 출전,'베스트 건강미인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모델활동을 시작했다. 조이너스,옹골진,잠뱅이 카탈로그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에게 파리 진출의 계기가 찾아온 건 2000년 뉴욕에서 열린 국제모델대회(IMT).동료 모델 3명과 함께 참가한 이 대회에서 종합 1위상과 메이크업상을 받아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IMT에는 전 세계 모델 지망생과 현역 모델 등 8000여명이 참가해 열띤 경합을 벌였어요. 종합 1위도 영광이었지만 개인적으론 메이크업상을 받은 게 모델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죠.이후 파리에 있는 모델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 곧바로 프랑스로 날아갔죠."

안 대리는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보그,엘르,피가로 등 세계 유명잡지의 모델로 활동했다. 동료들이 향수병에 빠져 힘들어했지만 그는 촬영이 없는 날엔 루브르,오르세 등 박물관을 찾았다. 인근 국가를 돌며 새로운 문화를 익혔다.

"계약기간이 끝나 국내로 돌아와 모델활동을 하면서 회의를 느꼈어요. 모델일이 창의적인 부분이 있지만 파리에서 세계 모델들과 경쟁하다 한국에 들어오니 나이도 그렇고,그동안 경험을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소름끼치도록 싫어졌어요. 새 일을 찾아나섰죠."

그는 40세가 되는 2019년의 자신의 모습을 가장 궁금해했다. 그때 쯤이면 자신이 꿈꾸고 있는 해양레저사업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래의 신랑감도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글=김동민/사진=허문찬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