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늘 '세상을 놀라게 할 신제품,신사업'을 외친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도 범용화되면 '그저 그런 익숙한 제품'이 된다. 결국에는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이 떨어지는 순간을 맞게 된다.

세계 최대 실리콘 생산 기업인 다우코닝(Dow Corning)도 1990년대 그 같은 위기에 봉착했다. 실리콘은 반도체 화장품 의료 화학산업 등에 고루 쓰이며 한때 '현대 산업의 조미료'라고 불린 혁신 제품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실리콘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일부 상품이 흔해지면서 값싼 경쟁 제품이 늘었다. 수익성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다우코닝은 '과거의 성공에만 취해 있으면 안 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동안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맞춤 주문을 받던 프리미엄 서비스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몇몇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맞춤 서비스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했다.

그 같은 위기감 속에서 다우코닝은 새로운 혁신 업무를 담당할 별도 사업부를 만들었다. 새 사업부는 2002년 '자이아미터(Xiameter)'라는 세계 최대의 실리콘 온라인 포털을 만들어 냈다. 이로써 기존 '고객사와의 개별 협상을 통한 계약'에서 '인터넷을 통한 대량 구매'로 판매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자이아미터에서는 고객 상담,가격 책정,주문 등이 모두 웹 사이트에서만 이뤄진다.

기존 다우코닝의 조직 문화,사업 방식과는 180도 다른 시도였다. 그리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2년 출범한 자이아미터는 인터넷 사이트를 연 지 불과 4개월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이아미터는 다우코닝 전체 매출의 20%를 올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최근 다우코닝은 "자이아미터를 통해 판매하는 품목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온라인 비즈니스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다우코닝은 왜 굳이 새로운 팀을 만들었을까? 프리미엄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던 다우코닝의 기존 고급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을 별개 브랜드가 필요했다. 또 새 조직은 기존 조직의 관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가격 책정,주문 및 배송에 이르기까지 저비용 프로세스와 정보기술(IT) 서비스,자동화 시스템 등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던 조직에서는 필요하지 않던 역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미국 경영학자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기존 조직의 관성'이라고 했다. 따라서 신사업은 일종의 '별동 부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신사업을 계획하고 있는가? 다우코닝처럼 기존 조직과는 완전히 다른 '별동 부대'부터 만들어라.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다.

조미나 이사/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