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으로 은퇴한 K씨는 요즘 틈만 나면 홍익대 앞 밴드 연습실로 출근한다.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의 베이스기타 뮤지션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 마음껏 누리지 못한 취미생활을 은퇴 후 다시 시작한 K씨는 올 여름 부부동반으로 유럽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다.

이 같은 모습은 누구나 희망하는 은퇴 후 삶의 모습이지만 현실적인 준비는 녹록지 않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즉시 연금이란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50~60대 사이에서 새로운 노후준비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낸 뒤 가입 한 달 후부터 종신토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얼마 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의 퇴직자들 사이에 즉시연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퇴직금만 가졌을 뿐 퇴직 후 고정수입원이 끊긴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816만명으로 전체인구 중 17%를 차지하고 있는데,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55세 정년을 맞고 은퇴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은퇴자산을 준비할 때 몇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제5회 경험생명표에 의하면 현재 60세인 부부가 90세까지 적어도 한 명이 생존할 가능성은 절반에 가까운 43.8%다. 이를 고려하면 확정기간 지급형이 아닌 종신토록 지급되는 연금이 바람직하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노후를 준비할 경우 은퇴 초기 경기침체로 보유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장기 은퇴설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즉시연금은 은퇴예정자에게 적합한 선택이다. 즉시연금은 45세 이상 가입자가 최저 3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넣어 두면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과 최저금리가 보증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연금을 받는 방법은 '종신연금형'과 '상속연금형' 두 가지다. 종신연금형은 가입한 그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생활비 형태로 지급받는다. 상속연금형은 10,15,20,30년 만기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후 생활비를 받다가 이 기간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으면 원금을 만기보험금 형태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5세 남성이 2억원의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고 공시이율 4.5%가 적용된다면 10년 만기 상속형 선택시 매월 56만원의 연금을 받다가 10년이 지나면 만기보험금으로 원금 2억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1년 만기 3.5% 정기예금에 넣어 매년 재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49만원을 받다가 만기시 2억원을 받게 된다. 이자소득세 15.4%(주민세 1.4% 포함) 비과세혜택을 감안하면 유리한 선택이다.

삼성생명 이상엽 상품개발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