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다. 각국 정부의 통화확대 정책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해 채권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고 주가도 상당히 올랐다. 아직은 경제 위기가 끝난 게 아니라는 분석이 더 많아 공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서기는 망설여진다. 안정적이면서 수익성도 높은 투자 대안은 없을까.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 금 투자다. 금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자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6세기 영국에서는 1㎏의 금으로 1년 동안 생활이 가능했다고 한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금 1㎏(약 4000만원)이면 1년간 생활이 가능하다.

1929년 대공항 때와 1987년 주식대폭락 시기에도 금 가격은 상승했다는 점도 금 투자의 매력을 높인다. 금은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가격이 오르는 특성이 있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금 가격은 수요와 공급,달러화의 가치,유가변동 등 크게 세 가지 요소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 우선 수요와 공급 측면부터 살펴보자.


인도 중국 등 금을 좋아하는 국가들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금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장식용 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용 및 투자용 금 수요도 급증하면서 지난 1분기 세계 금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증가했다.

반면 공급은 줄어드는 추세다. 2006년 세계 최대 금 생산지역인 남아프리카의 생산량이 2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세계 금 보유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들의 금 매각량이 중앙은행 금조약(2004년부터 5년간 매년 500t,총 2500t으로 매각 규모 제한)체결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두 번째로 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화의 가치를 살펴보자.달러와 금은 둘 다 안전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대체재로 분류된다. 요즘 같이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금의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는 실물자산인 금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달러 약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한 데다 미국 정부가 수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시중에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에 대한 논란도 달러 가치가 적어도 급등하진 않을 것이란 시장의 믿음을 굳혀주고 있다.

셋째는 유가 동향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이는 통상 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3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금가격도 트라이온스(T.oz)당 1033달러로 역사상 가장 높았다. 이후 세계 경기 침체로 유가는 급락했지만 안전자산인 금값의 하락폭은 훨씬 작았다.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금에 투자할 수 있을까.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국내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골드뱅킹'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금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신한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 등 3곳이다. 은행의 금 계좌는 금의 실물거래 없이 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시세에 해당하는 양만큼 금을 통장에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금 가격이 오르면 찾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고 금 매매차익은 과세대상이 아니어서 세금 부담도 없다.

하지만 금에 투자할 때에는 현재 금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있는 상태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6월12일 현재 금 가격은 트라이온스당 약 954달러.2004년 초 415달러에 형성돼있던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일각에선 20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점치지만 가격상승을 확신할 수는 없다.

거액을 일시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은행의 'Win Class 골드뱅킹'이나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적립'상품은 투자 시기를 분산할 수 있어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고객은 원화로 가입하지만 투자는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변동 위험이 있다는 점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1일 내놓은 달러&골드테크통장은 외화예금을 보유한 고객이 달러로 바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이 같은 위험을 줄인 상품이다. 출시 한 달만에 수익률이 4%가 넘었다. 다만 금 상품은 예금자보호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