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들이 202개사로 나타났다고 중기청이 발표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에 비해 50개사나 증가한 것이다. 매출 1000억원을 돌파(突破)한 벤처가 2004년 68개사였던 점을 생각하면 벤처의 가능성을 잘 나타내는 지표라고 해석할 만하다.

202개사 중에는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성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NHN은 지난해 1조2081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 벤처로는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여기에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만도 10개사에 이르고, 지난 5년간 연속으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기업들도 40개사나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조그만 벤처에서 출발해 새로운 성장신화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것 중 하나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던 당연한 결과였다. 성장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벤처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면 산업구조는 그만큼 더 탄탄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새로운 벤처의 창업을 자극해 경제성장의 원천도 더욱 풍부해지는 선순환(善循環)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모든 혜택이 사라지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땐 이런저런 규제를 당해야 하는 그런 환경이면 기업들의 성장동기는 그만큼 약해질 것이고, 중견 벤처들이 설 공간도 없어진다. 이런 환경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면 중견 벤처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이제는 중견기업 키우기에도 눈을 돌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