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그린 가족 그림에서 아버지가 사라지고 있다. 드물게 그림 속에 아버지가 등장하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 회사 주최로 열린 '제29회 청소년 미술작품 공모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라는 주제로 진행된 초등생 작품 가운데 그림 속에 아버지가 등장한 것은 매우 드물었다.

바쁜 직장생활에 초등학생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아버지가 실종되면서 화폭 속에서도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아버지를 가족의 범주에 넣어 그린 그림 가운데서도 아버지의 존재는 미약하거나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아이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담배를 피우거나 TV만 시청하는 등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삼성생명은 전했다.

반면 어머니는 항상 그림 속에 등장했고 아버지보다 훨씬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공모전 심사를 맡았던 국민대 조명식 교수는 "그림 대부분에 엄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아버지가 들어간 그림도 어머니에 비해 작게 그렸다"며 "아버지들이 직장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과 함께 모일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대신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12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제29회 청소년 미술작품 공모전'에 입상한 총 1800명 가운데 동상작 이상 54명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개최한다.

'가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4만7000여점이 응모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영예의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에는 ▲초저부(1~3학년) 손희석 학생(서울강서초 2)의 '이사하던 날' ▲초고부(4~6학년) 지종은 학생(양오초 4)의 '자전거 타고 행복여행' ▲중등부 이우진(예원학교 2)의 '포근함' ▲고등부 김민주(숙명여고 1)의 '사진 찍는 날'이 각각 차지했다.

이번 공모전의 우수작품 54점은 26일까지 로댕 갤러리에서 전시돼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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