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10년 산증인'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중국 지진으로 부품 늦어질 때 쓰러질 정도로 충격"

"이제, 우주강국 진입의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우주 개발은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경주(52) 나로우주센터장은 11일 우주센터 준공식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민 센터장은 우주센터 부지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로 선정된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나로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대구 태생으로 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크론대에서 이학박사를 받은 뒤 국방과학연구원을 거쳤으며, 우주센터개발사업을 맡은 항우연과는 2000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다음은 민 센터장과 전화 인터뷰 요지.

-- 나로우주센터 준공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발사에 필요한 최첨단 설비를 보유함으로써 외국 발사장에서 외국 발사체를 빌려 우리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로켓으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되고, 자주적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 나로호 발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는.

▲ 현재 지상 검증용 발사체를 사용한 발사대 인증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말 완료될 예정이다.

아울러, 실제 발사될 상단 비행모델의 조립이 진행되고 있다.

발사용 상단 비행모델 조립은 과학기술위성 2호, 2단 로켓인 고체 킥모터, 여러 가지 전자 기기들이 있는 2단 탑재부 및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 등이 조립되는 것을 말한다.

상단 비행모델은 6월 말 조립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렇게 조립된 상단 비행모델과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1단 비행모델이 모두 조립되면 나로호 발사체가 완성돼 발사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 처음 우주센터를 세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 2007년 3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발사대 구축을 위한 상세설계문서를 러시아로부터 받게 됐는데, 그 분량이 2만 페이지가 넘었다.

당시 발사대팀은 총 8명의 연구원들로 구성됐는데, 우리 모두 설계 문서의 방대한 양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그 내용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워 우리가 과연 2년 내에 발사대시스템을 완공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때 우리 연구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이런 말을 종종 했다.

"시간과 돈이 많으면 누구든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다.이 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오히려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고마워하자!"고 말했다.

-- 개발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 주요 부품의 구입이 지연돼 약 4개월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제작사들을 방문해 납기단축을 위해 협상했던 일이 있다.

특히 고압가스 압력조절 패널의 핵심 부품인 대구경 고압 볼밸브의 제작사가 있는 대만을 방문했을 때, 현지 공장이 위치한 중국 쓰촨성에 지진이 발발해 납기 일정을 지킬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쓰러질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수십 개의 제작사를 방문하면서 제작을 독려하고 같이 밤을 지새우기도 했는데, 그 당시엔 정해진 사무실도 없이 노트북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 함께 땀 흘린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우리 연구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초기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지금까지 외나로도 현장에서 일해온 시설운영팀을 비롯, 추적통제장비 구축과 운용능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시스템 구축을 완성한 기술관리팀 연구원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누워 있던 병원을 뒤로하고 파견지로 떠나야했던 동료, 또한 신혼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제 아버지가 된 발사대팀 연구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없었다면 나로우주센터 준공은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