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이 미국 뉴욕 맨해튼의 AIG 본사 건물을 사들인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맨해튼의 간판 빌딩을 국내 자본이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호종합금융은 국내 금융사 및 연기금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IG 본사와 부속건물 두 동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AIG는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미 정부에서 18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으며 구조조정 차원에서 본사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건물 매각 입찰은 다국적 부동산 투자컨설팅 회사인 CBRE가 주관했고 금호종금 컨소시엄은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YWA(Youngwoo & Associates)와 함께 입찰에 참여해 지난 2일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입찰에는 세계 각국에서 20여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종금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아직도 관심을 표명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외국 자본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종금 컨소시엄이 매입하게 될 건물은 맨해튼에서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파크 애비뉴에 서 있는 66층짜리 본사 건물과 월스트리트 72번지에 있는 부속건물이다. 두 건물은 고가통로로 연결돼 있다. 두 건물의 평가가격은 4억~5억달러(약 5600억원) 수준이지만 금호종금 컨소시엄은 이보다 절반 정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32년에 건설된 고딕 양식 첨탑의 AIG 본사 건물은 세계무역센터(WTC)가 건설되기 전까지 맨해튼 남부지역(다운타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으며 AIG는 1970년대부터 이를 매입해 운영해왔다. AIG는 별도의 임대 계약에 따라 2010년 말까지 이 건물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빌딩을 매입하게 될 금호종금 컨소시엄은 뉴욕항을 조망할 수 있는 고층부를 주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용찬 금호종금 이사는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가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맨해튼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금호종금은 2007년 6월 금호그룹에서 독립했으며 현재 최대주주는 우리사모투자전문회사로 41.4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16.7%)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