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합병(M&A)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KB금융지주가 최소 20억 달러(한화 2조5천억원) 규모 이상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을 붙였다.

KB지주는 "증자 규모와 용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일축하면서도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어 시장에서는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주가도 M&A 이슈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원대로 복귀했다.

금융권은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외환은행이 실제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 나아지면 외환은행 인수 검토"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상 증자추진 배경과 관련, "위기상황에 대비한 자본확충 차원"이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외환은행을 포함해 증권, 보험사 인수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수합병(M&A)시기에 대해 "경제가 안정되고 위기가 끝났을 때"라는 조건을 달았다.

KB지주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금 M&A설이 나오면 외환은행의 주가만 올라간다"며 인수설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은 `위기 대비용'이라는 KB지주의 해명에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 인수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2조원 이상이나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KB지주의 최대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2006년에 외환은행 인수 계약까지 체결했다가 국내 역풍에 휩쓸려 계약을 파기당했다.

KB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의 취약 부문인 해외 부문을 보완할 수 있고, 자산 규모도 3월말 현재 329조2천억 원에서 433조1천억(외환은행 103조9천억원)으로 키울 수 있어 국내 리딩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KB지주 이외에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이다.

산은의 민유성 행장은 지난 5월 "산은이 올해 산은지주사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될 예정이고 정부가 앞으로 5년 내에 지분 매각을 추진키로 한 만큼 민영화 이전에 타 은행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외환은행 등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은지주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로 성장할 계획인 만큼 기업금융 노하우가 있으면서 수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외환은행이 합병 대상으로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이 매각 적기"VS "시기상조"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위원은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가 장부가치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에 매각을 고려할 만한 시기인 것 같다"며 "KB지주의 경우 증자를 통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해 6월까지 1만5천원대였으며 HSBC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1주당 1만8천대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5천대까지 주저앉았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무산에서 보듯 외국 자본에 외환은행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내 금융기관들이 관심을 보일 때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관건은 론스타의 의중이다.

KB금융지주의 황 회장은 "현재 매각을 위한 론스타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면서 "그렇다고 KB와 론스타간 물밑 접촉이 이뤄지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9월께 경기회복의 신호가 보이면 M&A장이 설 수 있겠지만, 지금은 경기회복의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M&A는 연말 또는 내년에나 가야 가능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 매각까지 걸림돌 많아"
은행권의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의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M&A문제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환경뿐 아니라 KB,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도 걸림돌이 많다.

KB지주의 경우 국민은행이 자본확충펀드로부터 1조 원을 지원받은 상황에서 M&A에 나설 경우 여론의 비난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외환은행 노조는 KB지주가 인수할 경우 양측간 중복 업무가 많아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고 `외환은행'이라는 은행명도 더는 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차라리 산은과 합병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다.

산은의 인수 역시 만만치 않다.

매물 신세가 될 산은이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하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로 산은의 규모가 커지면 민영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원활한 매각에 신경을 집중하고, 외환은행 인수는 산업은행을 인수한 대주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 또 산업은행이 상당수 대기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만큼 정책금융공사 출범 전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