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은 매년 6월이 오면 우산으로 실내를 장식한다. 장마철마다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벌이는 이벤트다. 매장 곳곳엔 궂은 날씨에 어울리는 회색 레인코트와 푸른 장화가 멋쟁이들을 유혹한다.

이 백화점은 올해도 수백개의 우산을 내걸었다. 하지만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다. 장마가 오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마음 속엔 경제위기가 몰고온 비구름이 가득 차 있어서다.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어 공중에 매달린 우산을 봐도 쇼핑을 할 마음이 안 생긴다. 요즘 일본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한 가지다. 불경기라는 장대비를 가릴 우산 하나가 하늘에서 툭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사진=AP연합뉴스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