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각각 집안 싸움에다 거리를 기웃거리느라 임시국회를 당연히 소집해야 할 6월1일 이후 1주일 이상 허송세월하고 있다. 지금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법위반 행위다. 국회법 제5조가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또한번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 "국회 개회는 법 이전에 국민의 명령이며,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명제보다 더 강한 조건이나 전제는 있을 수 없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촉구했겠나. '정치'의 실종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를 선출해준 유권자에 대한 복무 의식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열려야 할 국회가 식물국회 상태에 있으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불어나는 국가재정 손실은 하루에 12억원꼴이고,세법 개정이 안될 경우 산업은행이 올 하반기에 분할 · 민영화 때 내야 할 세금도 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7월부터 한 달에 4만명씩 해고위험에 노출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시한폭탄이다. 지금 개원해도 심의일정이 빠듯할 텐데 언제나 문을 열 것인지 딱한 노릇이다. 뒤늦게 개원한다면 시일에 쫓겨 허둥지둥 할 게 뻔한데 졸속심의에 따른 부작용은 어떡할 것이며,막바지에 법안 끼워넣기니 날치기니 하는 낯뜨거운 싸움이나 되풀이할 것인가.

지금 국회가 열리지 않는데는 과반수 여당의 리더십 · 정치력 부재가 큰 원인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이후 불거졌다가 최근 본격화된 듯한 친이 · 친박하는 집안싸움과 쇄신논쟁은 지켜보기에도 딱하다. '서민 실상 모르는 웰빙 정당'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세상과 동떨어진 집안다툼을 빨리 정리하고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킬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민주당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회운영과 연계시키겠다는 속보이는 전략 아래 이런저런 이유로 길거리로 나가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생(民生)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각종 사회단체의 구호 아래로 달려갈 태세다. 소비라든가 몇몇 지표들이 반짝 빛난다지만 아직도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북의 움직임도 여전히 불안하다. 내우외환의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의원들은 스스로 찾기 바란다.